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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돈키호테와 산초` 앙상블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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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초면이어도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100만불짜리 울림통(목욕탕 음성이라는 지적처럼 호불호는 물론 있다)의 비결이 궁금했다. "타고난 거예요? 만든 거예요?" 순간 '질문이 뭐 이래'라는 표정이 된 이선균(42)이 답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침묵) 근데 이상해요? 고교 때도, 대학 때도 뭐라 한 사람 없었는데."

'타고난 거니 태클 걸지 마시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영화 얘기로 우회했다. 이번에 그는 생애 첫 사극에 도전했다. 26일 개봉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다. 마흔 줄 넘은 베테랑 배우치고 꽤 오래 걸린 셈.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사실, 좀 겁이 났었다"고 했다. "드라마 보면 일단 길잖아요. 쪽대본에, 의상에, 분장에…. 너무 어려워 보였어요. 정신없어 보이고. 40·50부를 어떻게 찍나 싶고. 드라마든 영화든 저도 모르게 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마흔 넘으니 해야겠다는 강박이 생겼죠."

영화는 정통 사극과 거리가 멀다. 생애 첫 사극 도전이라 했지만, 이 말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사극의 외피를 둘렀으나 코믹·액션·추리 성격 짙은 일종의 버디 무비이자 비빕밤 장르 영화다. "재밌어요. 난해하지 않고, 탐정처럼 사건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요." 극중 예종은 조선 임금 예종과 무관하다. 역사적 고증을 무시한 판타지적 인물일 뿐. 인품·학식·무예가 삼위일체를 이뤄 어느 하나 모자람 없는 팔방미남으로 구현됐다. 허세가 좀 있지만 격식을 싫어하고, 사관 이서(안재홍)를 동네 형처럼 대하는, 사람 냄새 나는 왕이다.

진부한 서사에 예측 가능한 결말이 아쉽지만, 예종과 이서의 앙상블이 그 틈을 일부 메운다. 이선균은 두 사람 관계를 '돈키호테와 산초'에 빗댔다. "예종이 허세와 광기, 엉뚱한 모험심이 좀 있잖아요. 이서가 어쩔 수 없이 쫓아가는 부분도 있고. 감독님한테 그리 말씀드리니 '아, 그러시냐'라고만 하대요.(웃음)"

실제로 두 사람 연기는 오래 호흡 맞춘 형·동생처럼 편안하다. 현장에서 먼저 다가간 형의 노력이 크다. 원래 알던 사이이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이 건국대 영화과에서 강의하던 시절 재홍이가 제자였죠. 그때 제작지원도 해주고 단역으로도 나와서 알게 됐죠. (이선균은 홍 감독 영화에 다수 출연했다.) 그래도 제가 열한 살 형이니 4개월간 애인처럼 다가가 매일 밥 먹고 술 마시고 그랬어요."

가장이 되면 무게감이 남다르긴 한가 보다. "옛날에 연기 자체가 행복했다면, 요샌 (밥벌이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늦게나마 퓨전 사극으로 연기 지평을 넓힌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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