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농협총기 강도, 완전범죄 꿈꾸고 치밀하게 계획(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22일 오후 경북 경산경찰서에 농협 총기 강도 용의자 김모씨(43)가 압송되고 있다. 2017.4.22/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농협 총기강도사건은 1억여원의 빚을 진 평범한 농부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한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범행이었다.

24일 경북 경산경찰서가 공개한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 총기강도 사건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피의자 김모씨(43)가 2003년 전 직장 상사의 지시로 가재도구를 챙기기 위해 방문한 경북 칠곡에 있는 상사 지인의 집에서 습득한 것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직장 상사의 지시로 숨진 상사 지인의 주택 창고에서 우연히 총을 발견해 호기심에 들고 나와 지금까지 보관해 왔다"고 진술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미국 레밍턴사(RAMINGTON RAND INC)에서 제조한 45구경 권총이며, 총기번호는 지워진 상태다.

경찰은 모델명으로 미뤄 1942~1945년 생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총기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김씨는 총기를 승용차의 트렁크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닦는 등 소중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소지한 김씨,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

총기를 소지한 김씨가 범행을 계획한 것은 범행 한달 전인 3월쯤이다.

2007년 경산시 남산면으로 이주한 김씨는 대추와 복숭아 농사를 지었지만 지난해까지 작황이 좋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농사로 지게 된 1억여원의 빚이 김씨의 범행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완전범죄를 위해 6차례에 걸쳐에 현장 사전답사를 마쳤다.

지난 20일 오전 11시55분쯤 복면을 쓴 김씨는 무장경비 없이 여직원 2명과 남자직원 1명이 근무하던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권총을 갖고 들어가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총기를 빼앗으려던 남자직원을 뿌리치면서 총탄 1발이 발사됐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범행 직후 김씨는 자전거를 타고 CCTV가 없는 농로로 이동한 뒤 미리 준비한 본인 소유의 1톤 화물차에 자전거를 옮겨싣고 달아났다.

신속한 도주를 위해 무리지어 범행을 하고 범행 직후 차량을 이용해 달아나는 전형적인 은행강도들과는 다른 수법에 경찰들도 당황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21일 경찰은 2개 기동중대 등 경력 200여명과 드론을 동원, 김씨의 행방을 쫓기 위해 예상 도주로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뉴스1

20일 오전 11시56분쯤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총기를 든 복면 강도가 침입해 현금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복면을 쓴 용의자가 권총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들고 은행 직원을 위협하고 있다.(경북지방경찰청 제공) 2017.4.20/뉴스1 © News1 피재윤 기자


뉴스1

20일 경북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 총기강도 사건 용의자의 모습이 범행 2시간여 전 범행장소 인근에서 포착됐다. (독자제공) 2017.4.21/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논란 야기한 어눌한 말투…"의도된 것 아냐"

김씨는 범행 현장에서 총기로 직원들을 위협하며 신변 노출을 우려해 최대한 말을 짧게 했다.

김씨가 사용한 말은 "담아" "휴대폰(치워)" "안에(들어가)" 등 단 세 단어였다.

이때문에 농협 직원들이 "(김씨의) 말투가 어눌했다"고 진술하면서 용의자가 외국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씨의 검거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착실한 모습의 이웃'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씨의 이웃들은 "평소 행실이 좋지 못했으면 모르지만, 봉사도 하고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정상진 경산경찰서장은 "김씨가 평소에도 어눌한 말투이고 당황하면 더듬는 경향이 있어 의도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완전범죄 꿈꿨지만 CCTV에 덜미

김씨는 완전범죄를 꾀하며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했지만 도주에 사용한 화물차 수화물칸에 자전거가 실린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이 검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3.2㎞ 떨어진 CCTV에서 파란색 1톤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차량을 확인한 뒤 차주인을 추적했다.

공개수사 전환 이후 주민들의 제보가 이어졌고 경찰은 범행장소 인근에 주차된 차량과 이곳을 지나가던 차의 블랙박스에서 김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모습을 포착했다.

정 서장은 "범행 다음날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김씨를 체포할 수 있는 사유로 부족했다. 이후 김씨의 차량이 범행 당일 자전거를 싣고 나가는 모습과 들어오는 모습을 분석한 결과 자전거의 위치가 달라져 있는 점을 확인했고 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 뒤인 지난 22일 오후 6시47분쯤 충북 단양군의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는 집안 모임을 위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경북 경산경찰서가 24일 오전 자인면 농협 하나지점 권총강도가 사용했던 총과 남은 실탄, 탄창 등을 공개했다.미제 래밍턴사의 45구경 권총으로 총기번호와 제작연도는 지워져 있다. .2017.4.24/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발견 총탄, 총기 입수 과정 등에 수사 초점

경찰은 김씨의 진술에 따라 김씨 주거지에서 약 700m 떨어진 과수원 관정에서 총기와 실탄 11발을 찾아냈다.

김씨는최초 7발들이 탄창 2개와 5발이 든 탄창 1개 등 모두 19발의 실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발사된 1발과 수거한 11발을 제외한 나머지 7발이 관정에 남았을 것으로 보고 수색을 벌이고 있다.

또 김씨가 "숨진 상사 지인의 집 창고에서 총기를 입수했다"고 진술해 총기 입수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daegurain@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