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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내가 강용주다!” 보안관찰법 불복종 운동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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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사 강용주씨, 보안관찰법 위반 재판 앞두고 탄원·서명 잇따라

광주시민단체·시민들 페이스북에 강씨 지지…재판부에 탄원서도

민형배 구청장 이어 장휘국 교육감도 보안관찰법 폐지 공개요청



한겨레

오는 28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의사 강용주씨.


“내가 강용주다!”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강용주(55·의사)씨의 보안관찰법 불복종운동을 지지하는 시민 저항운동이 다양한 형태로 퍼지고 있다. 시민들은 강씨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보안관찰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차명석 이사장 등 19개 광주지역시민사회단체 대표는 24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오수성 센터장과 직원 11명도 이날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냈다.

“저희는 오늘 저희의 무관심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이 탄원서를 씁니다. 강용주가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고 14년을 감옥에서 버텼다면, 이후 보안관찰법과의 싸움은 저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과 고문, 기나긴 수형생활을 감내한 그에게 18년 동안의 보안관찰 처분은 또 다른 감옥이었을 것인데, 그 고통을 너무 뒤늦게 알았습니다. 늦었지만 강용주가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일상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그가 준법 서약서를 거부하며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 나갈 수 있도록 재판장님의 선처를 호소합니다.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보안관찰법이 위헌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 주시어 강용주와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양산되지 않게 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한겨레

강용주씨의 보안관찰법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자고 제안한 민형배 광주광산구청장이 지난 21일 청장실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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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자는 이영선(신부) 광주정의평화위원장,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허달용 광주민예총 이사장, 박시영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최이성 참여자치21 운영위원장, 이해모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김명섭(신부) 광주인권평화재단 상임이사, 박원균 광주전남민언련 대표, 윤만원 광주일곡병원장, 김성재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이강 민주평화광주회의 운영위원장, 채숙희 광주여성의전화 소장, 장헌권(목사) 광주기독교협의회NCC인권위원장, 김상훈 민변 광주전남지부장, 최완욱 광주광역시 인권증진시민위원회 위원장, 김보현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전진숙 광주광역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홍세현 광주광역시 상임인권옴부즈맨, 문기전 광주YMCA 사무총장 등이다.

시민자유대학 회원들도 탄원서를 재판부에 보내고 있다. 시민자유대학 회원 박아무개씨는 탄원서에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구시대의 악법이 그대로 남아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는 현실에 너무 암담함을 느낍니다. 한 개인의 잘못된 법에 대한 의로운 투쟁을 저는 지지 지원합니다. 그리고 재판관님도 인간 본연의 상식의 선에서 강용주님의 의로운 투쟁을 지지해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사이버 저항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민형배 광주광산구청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보안관찰 청산, 강용주 불복투쟁 지지 캠페인을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강씨의 재판이 미뤄지고 재판부가 선고를 미루고 위헌법률 청구심판을 청구해 보안관찰이 폐지될 때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불복투쟁’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이날 ‘보안관찰법 폐지 강용주 지지’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씨는 보안관찰법상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다.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3년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는 2년마다 보안관찰처분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강씨는 출소 뒤 재범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감시의 대상이었다. 보안관찰 처분을 받으면 3개월마다 주거지를 옮기거나 10일 이상 여행할 때에는 이를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전남대 의대생이던 1985년 안기부가 발표한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 남산 안기부 별관으로 끌려가 60일 동안 고문을 당한 끝에 거짓 자백을 하고 말았고, 한 장짜리 전향서 쓰기를 거부해 14년 동안 갇혀 있었다. 1999년 복학해 2004년 졸업한 강 원장은 가정의학 전문의가 된 2008년 재단법인 진실의 힘을 꾸려 고문피해자 치유모임 활동에 정성을 쏟았고, 지난해 12월 말까지 4년 6개월 동안 5·18 등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치유를 돕는 광주트라우마센터장도 지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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