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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통도사 방장 대행 성파스님 "자신 많이 돌아보고, 남은 적게 쏘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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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성파스님


경남 양산 영축산 기슭에 위치한 통도사는 신라 시대에 조성된 천년 고찰이다.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3대 사찰이다. 불교계 대표 종가인 통도사가 산사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29~30일 이틀간 열리는 제5회 천연염색 축제는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하나다. 이 행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통도사 방장(최고 정신적 스승) 대행 성파 스님(78)은 "직접 천연 염색을 오래 했고, 강좌도 하다 보니 전국적으로 숫자가 많이 모여 염색 축제를 시작했다"며 "실내에 전시하는 게 아니라 염색 천을 나무에 걸치고, 들판이나 장독대에 넌다. 일종의 대지예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는 축제 규모가 더 커졌다. 전국 염색 전문가와 작가 30개 팀(500여 명)이 참여해 다채로운 천연 염색의 세계를 펼친다. 통도사 서운암 앞 야생화 밭 4만평이 그 장엄한 무대다.

"우리가 입는 의복이나 직물에는 화학 염료가 많이 들어갑니다. 천연 염색 천은 자연 염료를 추출해 섬유에 염색하는 것인데 보기도 좋을뿐더러 우리 몸에도 좋지요."

스님은 천연 염색 축제를 지역 축제가 아닌 국제 축제로 키울 생각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 인도에도 자연 염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과 모여 친환경을 강조하는 지구 환경 보전 운동을 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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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염색 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생명의 순환과 이치를 깨닫게 되고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파 스님은 불교계 대표 예술가로도 명망이 높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도자기에 팔만대장경을 새긴 '16만도자대장경(16萬陶瓷大藏經)'을 만드는 사업을 총지휘했다. 목판 양쪽에 새겨져 있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도판에 새기다 보니 양이 2배가 됐다. 스님은 또 오는 9월 6일부터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도자기와 옻칠의 만남을 시도한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수행과 예술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걸까. "내 경우에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도 수행도 따로 하지 않아요. 생활 자체가 수행이고, 생활 자체가 예술이죠. 삶이 수행이자 예술이라는 얘기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물체가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내 생활에서 일어났던 일이 흔적으로 남으면 그게 예술"이라는 말도 보탰다.

경쟁과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지혜의 한마디를 청했다. "나는 뭐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인데…. 꼭 말하라고 하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많이 하고 싶고, 남을 향해 쏘아보는 걸 적게 하고 싶어요. 허허."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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