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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전기료 내려고 팩스기 팔아"…제주 중국여행사 ‘문닫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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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제주 중국 전담 여행사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사무실 공과금 내려고 지난달엔 컴퓨터 팔고 어젠 팩스기까지 팔았어요. 메르스 때보다 더 죽겠어요.”

지난달 15일 중국의 방한금지 조치 이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중국 전담 여행사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도내 중국 전담여행사는 총 5곳이다. 확인 결과, 24일 현재까지 답변을 거부한 1곳을 제외하고 직원을 감축한 업체(중국 이외 국가로 전환 직원 포함)가 4곳이었다.

연 매출이 10억 원 이상이었던 A 업체는 지난해 서울에도 지점을 확장했던 여행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후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달부터는 개별 관광객마저 끊겨 매출 실적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A업체는 수익 악화로 인해 지난해 12월 서울 지점을 폐쇄했고 현재 대표의 가족을 제외한 직원 8명은 모두 퇴사했다. 업체 직원 이모씨는 “방송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도 내국인이 더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우리 여행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젠 처분할 집기도 없어 당장 다음달 전기료도 어떻게 낼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중국 전담여행사 B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한 달간 1500여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업체 대표 김모씨는 “일각에선 ‘다변화’를 얘기하며 동남아 국가 대상 여행업체로 전환하라고 하지만 10년 가까이 중국 관광객 전문으로 하던 업체에겐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개별 관광객이 주 고객층인 C업체는 “지난달 이후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아예 없긴 하지만 홍콩이나 대만 등 중국어를 쓰는 개별 관광객이 수요를 채우고 있어 우리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국여행업협회(회장 양무승)가 국내 중국 전담 여행사 161곳 중 106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중국의 방한금지 조치 이후 직원을 줄이거나 휴·폐업한 업체는 전체의 37.9%이며, 20여일 간 영업 손실은 110여억 원에 이른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업체당 평균 1억3665만 원에 이르는 수치다.

협회 관계자는 “업체 절반 이상이 이 상황이 내후년까지 지속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며 “중국 전담여행 업계의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담 여행사는 제주도에 지난 2008년 첫 전담업체가 생겼다. 중국 전담 여행사 지정은 중국 정부가 중국 단체 관광객의 여행 허용지역을 각국 정부와 협의해 이뤄진다. 한국은 지난 1998년 중국의 여행허가국으로 지정되면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susi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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