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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인형 5천원 제한 불법행위 조장"…인형뽑기방 단속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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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호황 인형뽑기방 지난해 33개 올해 1433개 43배 급증

뉴스1

전국적으로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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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뉴스1) 민근형 기자 = 최근 인형뽑기방이 전국적인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강력한 단속 규정이 오히려 불법 행위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불법 사행성 게임물인 '바다이야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제정된 강력한 규제 조치와 현실을 외면한 규제들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주간의 갈등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4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월 전국에 33개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은 불과 1년도 채 안된 지난 3월말 무려 43배인 1433개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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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인형뽑기방 증가 현황.(게임물관리위원회 자료)©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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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렴한 초기 비용과 간편한 운영, 무인 관리 등 인형뽑기방의 장점 때문에 소자본창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진흥법 상 인형뽑기방의 경품은 소비자 가격 5000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어쩔 수 없이 규정을 위반해야 하는 업주들의 불만과 원성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정품 인형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고, 또 이를 모조품의 인형들로 대처할 경우 상표·저작권법에 위배돼 동떨어진 규정이 불법운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형뽑기방 업주 등으로 구성된 (가칭)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이하 협회)는 이 같은 모순이 지난 2010년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여가 선용, 학습 및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장치라면 게임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형뽑기 기계가 게임기로 인정된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유원시설업으로 등록한 인형뽑기방에 대해 정부가 오는 12월말까지 오전 9시부터 0시까지만 영업 가능한 청소년게임장으로 등록하라고 명령한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정부는 인형뽑기 게임기를 사행기기로 단정해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하고 있다"며 "'육성'보다는 '단속'을 앞세워 업계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 서구의 한 업주는 "솔직히 5000원이 안 되는 인형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거의 다 모조품이고 질도 좋지 않아 경품으로 쓸 만한 것들이 없다"며 "손님들도 고가나 정품 인형들을 원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주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비싼 인형들을 경품으로 사용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퇴직 후 인형뽑기방을 창업한 김모씨(67)는 "무인 관리를 하다 보니 청소년들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고작 10여분 즐기다 나가는 데 무작정 들어오지 말라고 하기도 힘들다"며 "이렇게 까다롭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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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방 내부 © News1


이러한 업주들의 반발에도 일부 인형뽑기방에서 사행성 조장 및 불법 경품 등으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와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인형뽑기방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전지방경찰청도 대전 6개서와 지난달 20일부터 15일간 인형뽑기방을 대상으로 Δ청소년 출입시간 위반 Δ경품 5000원 초과 위반 Δ24시간 영업 위반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 임모씨(43·여)는 “아이가 요즘 학원 주변에 생겨난 인형뽑기방에 가기 시작한 뒤로 돈 씀씀이도 커지고 외출도 잦아졌다”며 “아무래도 뽑기는 중독성이 강해 아이들이 쉽게 유혹에 빠지고 이로 인해 잘못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무분별하게 설치된 뽑기 기계와 무인으로 관리되는 인형뽑기방에 대한 청소년 출입 제한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홍보와 단속으로 올바른 인형뽑기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윤상원 유원대 교수는 "지난 2006년 불법 사행성 게임물인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 도박 게임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법을 준수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찾는 지혜로 사회 전반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lucifer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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