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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꽃피는 봄 트레킹] 관악·청계·검단…하늘이 가꾸는 정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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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 최적의 계절 바위에 앉아 호젓하게 즐기는 파스텔톤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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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삼천사 뒤 응봉능선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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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파스텔 색상으로 변하고 있다. 행여 델세라 연회색이나 연보라 화장을 하고 귀여운 얼굴을 내미는 잎사귀들이 지금 온 산을 화사하게 꾸미고 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연분홍부터 진분홍까지 색색의 진달래로 수를 놓고 철 늦은 산벚나무와 산사나무가 새하얀 꽃들로 덧칠을 하고 있다.

봄이다. 이 계절엔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 그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 곁들이며 가벼운 책 한권 펼치면 세상이 내 것이 된다.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하늘이 가꾸는 정원을 얻을 수 있다.

▶ 곳곳이 선경 관악산 팔봉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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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팔봉능선엔 정원 같은 계곡을 내려다보며 쉴 만한 너럭바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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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과 삼성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줄기가 안양유원지 쪽으로 이어지는 곳엔 아늑한 삼태기 모양으로 생긴 넓적골이 있다. 팔봉능선에서 바라보는 이 보금자리 모양의 골짜기는 그대로 천혜의 정원이다. 팔봉능선과 관양능선, 삼성산 천인암 능선의 암릉이 담장을 두른 듯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울창한 송림과 활엽수림이 사계절 다른 그림을 만들어낸다. 특히 요즘 막 솟아나는 연녹색 잎과 갖가지 꽃들이 조화를 이뤄 그대로 거대한 수채화를 깔아놓은 듯하다.

팔봉능선 자체가 관악산 정상에서 서쪽 삼성산을 향해 뻗어 내린 산자락이라 골짜기 북측에서 남쪽 정원을 내려다보는 형세다. 능선 자체에 하루 종일 해가 들어 시원한 바람이 스치면서도 온화한 느낌이 드는 게 이곳만의 매력이다. 게다가 팔봉, 여덟 봉우리 하나하나가 조각처럼 멋들어졌다. 또 봉우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기에 좋은 너럭바위들도 수두룩하다.

▶ 라이언킹 무대 같은 청계산 석기봉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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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옆 왕기봉 전망바위. 소나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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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에서 옛 영광을 회복한 심바는 프라이드 록에 올라 왕국에 평화가 왔음을 알린다. 그 프라이드 록처럼 멋지게 생긴 바위턱이 청계산에 있다. 그러나 매번 매봉을 청계산 정상으로 알고 가는 이들은 전혀 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청계산의 진짜 정상은 망경대이다. 비갠 뒤 망경대에 서면 북으로는 개성 송악산, 동으로는 양평 용문산, 남쪽으로는 서해대교를 넘어 당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시야가 확 트인 곳이다. 다만 망경대의 '경' 자는 경치가 아닌 서울(京)을 뜻한다. 고려 유신 조견이 이 봉우리에 올라 개경을 바라보고 눈물지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만큼 전망이 탁월하다.

그러나 망경봉 정상엔 군부대가 들어서 있고, 그 옆 망경대 바위는 좁아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신 망경대에서 남쪽으로 200m가량 떨어진 석기봉은 제법 여유가 있다. 석기봉 정상에선 서울대공원과 현대미술관 과천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런데 진짜 멋진 무대는 석기봉 정상 바로 남측에 있는 바위턱이다. 석기봉 정상에선 이 바위가 그렇게 멋지게 보이지 않지만 이 바위 밑으로 다가서면 진짜 멋지게 생겼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은은한 솔향이 나는 검단산 왕기봉 전망바위

남한산성은 서울과 성남 주민들이 많이 찾아 번잡하다. 그러나 남한산성 남문에서 남쪽 이배재로 넘어가는 성남·광주 시계등산로는 비교적 한적해 여유를 갖고 걷기에 좋다. 게다가 구간 전체가 부드러운 흙길이라 바위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제격이다.

검단산이라면 보통 하남에 있는 산을 말하지만 남한산성 남측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남한산성 남문에서 검단산을 넘어 이배재 쪽으로 4㎞ 정도 걸으면 왕기봉이 나온다. 이곳 등산로는 나무 밑으로 나 있어 시야가 트이지 않았지만 왕기봉 주위에는 자그마한 바위턱이 있어 시원하게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왕기봉 전망바위는 두 곳이 있다. 왕기봉 남쪽에 하나, 서쪽에 또 하나가 있는데 남쪽 바위는 광주시 목현동을, 서쪽 바위는 성남시를 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쪽 바위는 등산로에서 50m쯤 아래에 있어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한적하다. 왕기봉 정상 부근 등산로에서 성남 보통골 쪽을 바라보면 희미하게 등산로 흔적이 보인다. 이 바위는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은은한 솔향을 맡으며 연두색으로 단장한 숲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 = 등반가 정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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