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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프랑스 대선, 인구 1660명 ‘족집게 지역구’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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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선거서 한 번도 안 빗나가

“르펜 지지 많지만 결선선 어려울 것”

부동층 30% … 테러로 표심 요동

언론은 “누구도 결선 갈 수 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미래를 좌우할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23일(현지시간) 실시됐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을 하루 앞둔 2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랑스 중부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도시 ‘동지(Donzy)’ 르포를 게재했다.

치즈·와인·푸아그라 생산지로 유명한 동지의 인구는 1660명에 불과하지만, ‘심층의 프랑스(la France profonde)’라고 불린다. 프랑스 전체 민심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1974년 이래 치러진 프랑스의 대선·총선에서 동지의 투표 결과는 전국 단위 결과와 늘 일치했다.

대표적인 예가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국민전선(FN) 후보로 출마했던 2002년 대선이다. 좌파의 대분열 덕에 르펜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6.87%로 결선에 진출했다. 동지에서 르펜의 득표율은 0.01%p 낮은 16.86%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접전한 2012년 대선에서도 동지의 표심은 승리한 올랑드를 향했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르코지에겐 나쁜 뉴스”라며 “동지에서 올랑드에 대한 지지 여론은 약하지만 사르코지 반대 여론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사르코지는 결선에서 48.37% 대 51.63%로 패배했다. 텔레그래프는 “동지는 언제나 이기는 후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예측불가인 올 대선에선 동지의 정치 풍향계도 한 방향을 가리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동지 주민들은 극우 후보 르펜의 높은 득표율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인 미카엘은 “유럽연합(EU)과 이민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속된 경기 침체 때문에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고, 그래서 르펜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리크 샤르팡도 “왜 르펜과 함께 바꿔가면 안되냐”고 되물었다. 동지의 무소속 우파 시장인 장 폴 쟈코브는 “20일 파리 샹젤리제에서 발생한 총격전이 르펜을 더 밀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르펜이 결선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무난히 결선에 진출하는 것”까지가 르펜의 한계라는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마감된 21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르펜은 지지율 2위를 차지해 결선 진출권에 포함됐다.

이날 오독사(odoxa)가 발표한 조사결과에서 ‘앙마르슈(전진)’ 소속 중도파 에마뉴엘 마크롱은 24.3%, 르펜은 23% 지지율을 얻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은 19%를 기록했다. 같은날 발표된 BVA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과 르펜이 각각 23%를 차지했다.

그러나 언론은 여전히 “네 후보 중 누구도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부동층이 30%에 육박하고, 연이은 사건으로 유권자들이 막판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 하루 전인 22일에도 파리 북역에서 흉기를 소기한 괴한이 체포됐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샹젤리제 총격전 직후 벌어진 데다, 사건 장소가 유로스타 등 국제열차와 국내열차가 다니는 교통 허브여서 프랑스인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프랑스 정부는 선거일인 23일 전국 투표소 주변에 경찰 5만 명을 배치하고 주요 인사의 동선에 따라 경찰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등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이날 1차 투표 결과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율 1, 2위를 차지한 두 후보가 다음달 7일 결선을 치른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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