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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성폭력 후보 사퇴하라” “내가 갑철수냐” 시작부터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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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선후보 TV 토론회-

심상정·유승민, 홍 후보 겨냥해 “대한민국 품격 문제” 사퇴 촉구

안철수, 민주당 문건 언급하자

문재인, 전과 달리 적극적 해명

심, 4명 후보 공격하며 존재감



한겨레

19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자들이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텔레비전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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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텔레비전 토론회는 이전 두차례의 토론회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5명의 후보는 주제와 상관없이, 네거티브 공방·후보 자질 문제 등을 놓고 2시간 동안 치열한 설전을 벌였고, 사회자는 중간에 끼어들어 본래 토론 주제로 돌아가자고 거듭 중재에 나서야 했다.

■ 초장부터 ‘홍준표 사퇴론’ 봇물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겐 “후보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첫 발언에서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홍 후보하고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 후보는 12년 전 펴낸 자전적 에세이에서 대학생 시절 ‘돼지흥분제’ 약물을 사용해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는 내용을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이미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 더욱이 강간 미수 공범이다. 인권의 문제고 국가 지도자의 품격 문제고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정말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죄 말씀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블랙리스트 옹호 발언을 겨냥해 “사퇴하라”고 하자, “제가 사퇴하는 것이 안 후보에게 많이 도움이 되는 모양”이라며 슬쩍 화제를 돌렸다.

■ “합리 보수인 줄 알았는데…유승민은 실망” 유승민 후보에겐 “유 후보님, 실망입니다”라는 말이 쏟아졌다. 유 후보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전북의 유세장에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초대 평양대사가 되고 싶다”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자, 안 후보는 “유세 분위기 좋게 하려고 한 말이다. 유 후보도 그렇게 하지 않냐”고 맞받았다. 유 후보가 “나는 유세 중에 절대 그런 소리 안 한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유 후보님, 실망입니다. 그분(박지원)은 제가 집권하면 어떤 공직도 안 맡겠다고 오늘 선언했다. 참으로 실망입니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 역시 “유 후보는 합리적, 개혁적 보수라고 느껴왔는데 이 대선 길목에서 구태의연한 색깔론 꺼내는 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유 후보가 ‘주적 논란’을 제기했던 것을 겨냥해 “건전 보수, 합리적 보수 추구하는 분이 답답하다.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 대화 안 할 것이냐?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팽팽한 기싸움, 문재인-안철수 1, 2위 주자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내부 문건에서 ‘안철수를 갑철수(갑질하는 안철수)로 만들자’는 내용이 나왔던 것을 겨냥해 두차례나 “내가 갑철수냐, 안철수냐”고 따졌다. 안 후보가 이어 검증과 관련해 “국회에서 해결하자”며 “제 아내 교수 임용은 국회 교문위를 통해서, (문 후보 아들 채용 의혹은) 환노위를 열어서 속시원히 해결하자”고 압박하자, 문 후보는 “나는 이미 해명이 끝났다. 안 후보는 열심히 해명하시라”고 일축했다.

지난 19일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집단공격’ 받았던 문 후보는 이날은 한층 단호한 태도로 질문과 답변을 맺고 끊었다. 안 후보가 “제가 엠비(MB) 아바타냐”고 거듭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자, 문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이다 “항간에 그런 이야기가 있죠”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문 후보 생각도 그렇냐”고 묻자, 문 후보는 “제 생각이 그렇다”고 맞섰다. 문 후보는 “내가 말할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른 후보의 끼어들기를 막고, 동시에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을 소모하며 상대 후보의 질문을 차단하기도 했다.

■ ‘존재감 심상정’ 심 후보는 홍준표·유승민·안철수 세 후보에게 화력을 퍼부으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는 홍 후보, 유 후보의 ‘색깔론’ 공세에 “북한이 없었으면 보수는 어떻게 선거했나. 전형적인 안보장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 후보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발언한 것을 가리켜 “새 정치의 결론이 색깔론인가. 색깔론에 평생 피해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시면 땅을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를 향해선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을 매끄럽게 넘기지 못한 것을 가리켜 “대통령은 통치권을 위임받은 주체다. 비서실장 뽑는 거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승준 송경화 이경미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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