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시점, 송민순 주장과 달라
“북의 입장 물어본 게 아니라 통보” 뒷받침하는 통지문
■ ‘기권’ 결정 시점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월21일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그 과정은 11월16일 청와대 관저 회의→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19일 국정원이 북한에 전통문 전달→20일 북한의 답신→21일 기권표 행사 등의 절차로 압축된다.
문 후보 측은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기 전 이미 기권을 결정했다면서 11월16일 회의록 일부를 이날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모험이 안되게 갑시다. 외교부 장관이 양보를 해라. 장관 말이 백번 맞는데 상대방 반응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라며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돼 있다. 18일 서별관회의 자료에서도 백종천 안보실장이 ‘11월15일 조정회의에서 의견이 갈려 16일 VIP께 보고드렸으나 의견이 갈려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이날 “16일 회의에서 기권 쪽으로 정해졌을 수 있지만 내가 반대하며 노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16일이 아니라 이후 북한의 입장을 확인한 뒤에야 ‘최종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 문의냐 통보냐
송 전 장관이 “2007년 11월20일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받았다”며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북측은 ‘남측이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북남관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내려진 기권 결정에 대한 반응으로 보기엔 어색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후보는 “북한에 물어본 게 아니라 통보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11월18일 논의된 대북 통지문 주요 내용도 공개했다.
‘인권결의안 내용 완화를 위해 외교부가 노력한 점, 10·4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외교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간에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북한의 입장을 물어보는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 문재인의 역할은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11월18일 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했다고 썼다.
송 전 장관은 “문 실장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서 후속 조치도 담당했다”며 문 후보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이 공개한 자료에 는 윤병세 당시 외교수석이 ‘제 차원에서 문안을 작성했으나 각 부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읽어보겠음’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문 후보가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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