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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은퇴 후 소득 없어 상환 막막… ‘빚 수렁’ 빠진 고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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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채무불이행 급증

세계일보

2013년 9월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 고연령층 대출 제한 등의 차별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23일 “고연령층에 대한 차별 개선 지시 이후 당장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고연령층에 대출이 나갔고, 이들이 퇴직 후 소득이 줄면서 빚을 못 갚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도 “금융당국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접근했어야 한다”며 “(대출 증가에) 금감원이 앞장선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대출을 늘리라고 한 게 아니라 대출에서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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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고연령층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채 탕감, 일자리 창출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신용평가정보원과 NICE 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대출현황’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채무불이행자 규모는 지난해 말 8만183명으로 2013년 말 대비 14.8% 늘었다. 이런 증가추세는 △대부업 88% △여신전문금융회사 45.4% △저축은행 33.3% △보험 28.1% △시중은행 28.1% △새마을금고 14.4% 등 상호금융(-26.1%)을 제외한 모든 금융권에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세대의 채무불이행자 규모는 지난 4년간 모두 감소했다.

이들에 대한 대출도 빠르게 증가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9조1355억원, 110조5265억원으로 2013년 대비 각각 42.2%, 39.7% 늘었다. 생활자금 목적이 큰 신용대출의 경우, 60대 이상이 가장 빠르게 증가해 20대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하는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미래소득이 없어 생활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권에 비해 대부업 등에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고연령층이 생계를 위해 빌린 소액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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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60대 이상은 현재의 30∼40대에 비해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를 맞이했다”며 “동시에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줬던 세대라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 전 주택담보대출로 돈을 빌렸지만 은퇴 후 소득이 없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30년 만기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할 경우, 이들이 퇴직 후에는 소득이 없어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이 (다른 금융권에서) 생활자금을 빌려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연령층은 미래소득이 낮아 스스로 빚을 상환할 여력이 부족하다. 지난 1월 통계청 등이 발표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 결과인 2015년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61.7%로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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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가 나서 60대 이상 고연령층에 대한 부채를 탕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 복지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총량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60세 이상은 노동시장에서 나가는 세대”라며 “소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복지차원에서 심할 경우,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의원도 “정부는 고연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상환 능력이 없는 분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도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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