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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일감 몰아주기 근절·납품가 후려치기 엄벌” 후보들 의견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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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Weconomy | 대선공약 검증_재벌개혁

기업범죄 엄벌·국민연금 개혁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등은

다수가 찬성해 개혁 힘실어

상법개정·지주회사 규제강화는

문재인·안철수·심상정만 제시

공정위 개혁은 문·안·유승민




국민은 지난 15년간 세차례 대선에서 재벌개혁에 실패한 참여정부, ‘비즈니스프렌들리’(친기업)를 내세워 불평등만 심화시킨 이명박 정부, 경제민주화 공약을 저버린 박근혜 정부를 똑똑히 지켜봤다. 5·9 대선은 국정농단, 정경유착 등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갈망하는 촛불민심이 만들어냈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이런 국민 요구에 부응하려고 내놓은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 형성 등과 관련된 공약을 살펴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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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도입,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근절, 대기업 갑질 엄벌.’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은 진영과 이념을 떠나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위해 이들 세가지 공약을 공통적으로 약속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삼성 등과의 정경유착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23일 <한겨레>가 다섯 후보가 내놓은 재벌개혁, 공정시장 등과 관련된 공약을 분석한 결과,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약속했다. 징벌적 손배제는 법위반 기업을 엄벌하기 위해 실제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것이고, 집단소송제는 한사람의 피해자라도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도 똑같이 구제받도록 하는 제도다. 두 제도는 그동안 경제계 반대를 이유로 하도급·증권 등 극히 제한된 분야에만 도입됐고 남소 위험성을 내세워 소송요건도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대기업 ‘갑질’ 엄벌도 모두 약속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총수일가가 막강한 지배권을 이용해 회사의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막는 등 폐해가 심해 2013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도입됐으나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철수 후보는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근절할 것을 약속했고, 유승민 후보는 일감 몰아주기를 위한 총수 개인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근절해야 할 대기업 갑질 유형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 대리점 밀어내기, 담합 등이 망라됐다. 여기에 문재인 후보는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 등 범정부 차원에서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갑질을 엄벌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또는 개선 역시 후보들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범죄 엄벌과 대통령 사면 제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은 다섯 후보 중 4명이 공통으로 약속했다. 기업범죄 엄벌은 홍 후보를 제외한 4명이 함께 내놨다. 특히 안철수·심상정·유승민 후보는 불법 경영인의 경영참여 금지를 약속했다.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국민의 공분을 산 국민연금의 개혁에는 유 후보를 제외한 4명이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연금 개혁안으로는 재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주주권 행사 강화(스튜어드십코드 도입)가 제시됐다. 기업범죄 엄벌과 국민연금 개혁, 공정위 전속고발제 개선은 진보·보수 진영을 떠나 다수 후보가 찬성했다는 점에서 차기정부에서 실현이 유력해 보인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등 개혁성향의 세후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이용될 수 있는 지주회사제의 규제 강화를 함께 약속했다. 상법 개정에는 자회사 이사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모회사 주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다중대표소송과,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집중투표·전자투표제 등 도입이 공통으로 포함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안철수·심상정 후보만, 노동자추천이사 선임은 심상정 후보만 각각 공약에 포함시켰다”며 후보 간의 차이에 주목했다. 홍 후보도 상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다중대표소송 적용 대상을 100% 자회사로 국한하는 등 소극적이었고, 동시에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수단 도입을 약속해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개정에 반대했던 당의 태도와 함께 했다.

차기정부에서는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의 주무기관인 공정위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함께 유 후보가 공정위 강화를 공약으로 내놨다. 문 후보는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4대 그룹에 초점을 맞춰 경제력 집중을 규제할 계획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전담할 조사국 신설도 약속했다. 참여정부 시절 재벌의 내부거래 조사를 위한 조사국이 있었는데, 현재는 1개과로 줄어든 상태다. 안 후보는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임기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독립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 후보는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시했다.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등 금산분리 강화 공약은 문재인·심상정 후보가 내놨다. 자사주가 총수의 지배력 확장에 악용되는 것을 막는 방안은 문재인·심상정 후보가, 공익법인이 편법 상속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는 방안은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내놨다. 또 안철수·심상정 후보는 총수의 과도한 보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공통으로 내놨다. 심 후보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으로 통하는 최고경영자(CEO) 보수를 최저임금의 10~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진보성향 후보들이 보수성향 후보에 비해 재벌개혁의 두축인 경제력 집중 억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더 적극적”이라며 “다만 문 후보는 경제력 집중 억제보다 지배구조 개선에 더 중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같은 듯 다른 중소기업 정책 공약

19대 대선 후보 대부분 중소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약속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밑바탕에 깔린 문제의식은 같다. 성장의 과실을 재벌·대기업이 독차지하는 경제구조를 방치한 탓에 경제가 활력을 잃고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것이다. 부족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와 수단에서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 전담부처의 신설은 주요 후보 모두 내건 공약이다. 공약대로라면 지금의 중소기업청이 장관급 ‘부’ 단위로 승격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과 법안을 만들며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경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불공정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은 물론 보호까지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비롯한 나머지 3당의 후보들도 중소기업 정책 전담부처 신설을 약속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중기청이 부로 격상하면 입법 발의권과 행정 조정권을 갖추게 돼 중소기업 정책을 보다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 정책의 실행 방식은 후보마다 뚜렷한 차이가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민간 주도를 강조한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강연에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민간이 되어야 한다”며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공급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는 조력자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만 참여할 수 있는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재인·심상정 후보는 적합업종 또는 고유업종 지정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대기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반면에 안 후보 쪽에서는 관련 공약이 없고,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현재 사전조정제도를 보완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과 관련해서는 문재인·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가 규제 및 조정 강화를 발표했다. 대-중소기업 간 성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문재인·심상정 후보만 제도화를 공약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임금 보조 등의 지원책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문제는 심 후보를 제외하고는 재원 조달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심 후보는 법인세 등 직접세의 누진체계 강화와 세율 인상을 포괄적인 재원 확보 계획으로 제시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기존 관련 예산을 조정해 지원하겠다는 안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분야의 공약 목표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주요 후보의 공약들은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정책들을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행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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