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현대자동차 매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매출이 반토막난 매장의 중국인 판매직원에게 '일선 현장에서 생각하는 묘수가 없나'라고 묻자 한숨과 함께 돌아온 대답이다.
임시변통으로 깜짝 행사를 펼쳐봤자 거시적인 정치·외교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중국인들의 마음을 되돌리긴 힘들 것이란 진단이었다. 직원의 견해이자 현지 생활인의 체화된 직감으로 읽혔다.
그는 오히려 "현장 영업맨들도 힘들지만, 본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라 두둔하기도 했다.
2017 상하이 모터쇼 취재를 겸해 현지 한국차 판매 현장을 돌아봤다. 우울한 얘기들이 주로 들려왔다. '글로벌 경제도시' 상하이에서조차 반한 감정이 고조돼 한국차 단골 고객들도 발길을 끊었다. 일부 경쟁 업체들은 이런 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웬만해선 낙관적으로 포장했을 법한 현지 법인의 고위 관계자들조차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중국 법인은 현지 국영기업과 지분 반반씩을 나눠 갖고 있어 '반(半)은 중국차'이지만 사드 후폭풍을 피해가진 못했다.
일각에선 2012년 일본차들이 중국 시장에서 영토분쟁 이슈로 철수위기까지 몰리다가 회복한 사례를 들며 "조용히, 차분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무작정 넋 놓고 있으면 미학이 아니다. 대놓고 그들에게 "기다리겠다"며 읍소할 필요도 없다. 때가 올 때까지 물밑에선 수 없이 발길질을 해야 미학이 완성된다.
중국 진출 이후 15년간 앞만 보고 질주해왔다. 위기가 곧 기회다. 이제 한 박자 늦춰 그간 품질이나 기술 경쟁력에 있어 부족함이 없었는지, 현지 고객들의 요구와 감성을 잘 꿰뚫었는지 전략을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순간이다.
중국 토종업체들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어차피 중국은 하루 이틀의 근시안적 계산으로 접근할 시장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과 방향성이 필요한 이유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곧 중국 사업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크게, 멀리 보는 경영 리더십이 있다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상하이(중국)=장시복 기자 sib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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