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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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 1년간 진행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이슈가 현재진행형이어서다. 표면적으로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괄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는 컨트롤타워가 있으나 유명무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 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교한 구조조정안이 나오지 않고, 정부 부처 간 갈등만 밖으로 불거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컨트롤타워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아직 갈 길이 먼 조선·해운·철강·유화 등 산업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경제부처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2016년 6월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 구조조정과 관련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후 이 회의체가 컨트롤타워라고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지난해 8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금융 측면에서,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산업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접근해온 가운데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맞았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고조됐지만 어느 정부 부처도 피해 예상 규모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으며,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몇 척이나 바다에 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배가 억류되고 입항·하역 거부 사태가 벌어지는 등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서야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行)이 결정된 지 닷새가 지난 이후였다.
여러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조조정을 컨트롤타워가 총괄 지휘하지 못하는 현상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대우조선을 정리하지 않고 '조선 빅3'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빅2' 쪽에 무게를 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빅3' 유지를 원한 금융위원회 사이에 이견이 불거졌다.
지난달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추가 구조조정 방안이 나왔을 때도 금융위는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최대 59조원의 사회·경제적 피해가 전망된다며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기업회생 절차를 전제로 한 피해액은 17조원"이라며 다른 숫자를 내놓아 파문이 일었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안에 대한 찬성·반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끌다가 막판에서야 어렵사리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던 전직 임원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여 구속되는 모습을 본 국민연금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주체는 없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국민연금이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했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도 뒷짐을 지는 분위기였다.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지원한 경위를 따지느라 청문회까지 연 정치권은 신규자금 2조9000억원 지원의 타당성에 대해선 따져 묻지 않았다.
대선 주자들은 말을 아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원칙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산업을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고 밝힌 정도다. 물론 대선 후보의 발언이 구조조정에 유무형의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의견을 표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으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태도는 잇따라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우선 범정부적 컨트롤타워와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운·조선업 등 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조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에 대한 장기 전망과 비전이 부족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금융' 부문이 칼자루를 쥐고 정리하는 형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장선상에서 대우조선도 만만치 않은 회사이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구조조정 과정을 지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국책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책임을 감당할 주체가 애매모호해 사태 해결에 시간이 걸렸다"며 "구조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국민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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