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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한국경제, ‘2011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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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Weconomy | 정책통블로그

주력 제조업·대기업 생산성 마이너스로 돌아서

2011년부터 6년째 세계경제성장률 못따라잡아

수출 동력 꺾였는데 고용·투자 축소로 이익은 늘어

“차기 정부, 2011년 전환 고려 정책방향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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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이 한국경제의 근본적 변곡점이었다는 분석을 요즘 경제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한국경제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한데다 한국경제의 등뼈인 주력 제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이 1980년대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구조적 전환이 일어났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특히 수출·생산성·부가가치 증가율 등 각종 지표마다 2011년을 분기점으로 장기 추세선이 가파르게 꺾이고 있는 게 확연히 관찰된다. 더욱이 세계경제의 경기순환 주기나 국제유가 등 일시적이고 외부적인 충격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한국경제 내부에서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성장경로 이탈이 일어났다는 분석이어서 주목을 끈다. 당시부터 구조적 단절이 일어난 만큼 차기 정부 경제팀이 산업·경제정책을 설계·집행할 때 ‘2001년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세계 평균보다 낮아진 성장률

18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실질)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줄곧 세계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 1999~2008년 한국경제가 연평균 5.7% 성장할 때 세계경제 연평균 성장률은 4.2%였다. 2009년(한국 0.7%, 세계 -0.1%)과 2010년(한국 6.5%, 세계 5.4%)에도 우리가 높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이 추세가 역전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2011년 한국 성장률(3.7%)은 세계성장률(4.2%)에 뒤지기 시작한 뒤 지난해(한국 2.8%, 세계 3.1%)까지 계속 밑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한국 2.7%, 세계 3.5%), 내년(한국 2.8%, 세계 3.6%), 그리고 2022년(한국 3.1%, 세계 3.8%)도 한국이 더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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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이 올해 초 펴낸 ‘한국 주력산업’ 보고서는 “2011년부터 한국경제가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2000년대 들어 첫 10년간 평균 4.4%였던 우리 경제 성장률이 2011년부터 성장 둔화에 접어든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왔던 주력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970년대 이래 경기순환 주기를 발표해온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가장 최근의 순환국면은 제 10순환기로 2011년 8월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피 지수도 꼭 6년 전인 2011년 4월(2231.4)이 역대 최고점이었다.

생산성 감소 충격

경제 성장의 핵심동력인 생산성도 2011년을 분기점으로 큰폭의 ‘추락’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산업연구원이 낸 ‘기업규모별 생산성 격차’ 보고서를 보면 광업·공업에 속한 대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1년 이후 마이너스(2011~2014년 -1.40%)로 돌아섰다. 마이너스 증가율은 1984년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10인 이상 광공업 전체로 넓혀봐도 예사롭지 않다. 2011~2014년 생산성 증가율은 0.10%로, 그 이전(1984~2010년 1.76~6.43%)에 견줘 놀라운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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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만 보더라도 2011년이 변곡점이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대일 캐치업 이후의 한국 제조업’을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04~2011년 연평균 8.1%에서 2011~2014년 0.8%로 급격히 둔화한 뒤 2015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2.0%)로 추락했다. 고도성장기 이후 처음이다. 2011년 이후의 생산성 후퇴로 매출액도 가파르게 낮아졌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1.2%로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 지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매출액은 정체되고 있는데 영업이익은 규모·증가율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면서 고용과 시설투자 비용을 줄여 매출은 떨어지는 반면 이익은 증가하고 있다.

주력산업의 국내 생산 추이도 2011년이 기점이다. 2006~2011년(연평균 증가율)과 2011~2015년을 비교하면 자동차(3.9%→-0.5%), 조선(8.1%→-5.9%), 일반기계(10.7%→0.4%), 철강(7.2%→0.4%), 석유화학(3.2%→-0.4%), 디스플레이(15.1%→-2.6%) 등 업종을 막론하고 2011년을 분기점으로 급감했다.

꺾이기 시작한 수출 동력

수출도 2011년과 2012년을 전후로 뚜렷이 꺾이기 시작한다. 지난 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낸 ‘한국의 수출 부진과 회복’ 보고서를 보면, 수출은 장기 성장을 지속하다가 2011~12년부터 둔화기에 접어들었다.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2006년 1분기~2008년 3분기, 2009년 3분기~2012년 1분기의 평균 수출성장률은 15%였다. 그러나 2012년 2분기부터 2014년 4분기까지 갑자기 0.9%로 수직 낙하한 뒤 지난해 4분기까지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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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과 신흥국 경기부진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구조적 측면에 주목한다. 경제 내부적으로 보면 2012년 이후 제조업의 전체 22개 업종 중 18개 업종에서 전세계와 대비한 ‘수출 비교우위’가 추세적인 감소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요 산업의 비교우위지수(2012~15년 평균 변화율)는 자동차 -3.6%, 석유정제 -5.5%, 의료정밀 -6.6%, 기타 운송장비 -3.1% 등으로 떨어졌다.

2011년부터 급증한 무역장벽도 ‘일대 전환’을 시사하는 지표다. 한국제품에 대한 반덤핑, 비관세장벽 등 수입규제조처는 2000~2010년에 한해 2~4건에 불과했는데 2011년에 8건으로 크게 늘어난 뒤 2012~2015년 18~23건, 지난해 42건으로 급증세다. 세계소득이 1% 증가할 때 수입수요가 몇% 증가하는지를 보여주는 탄력성을 보면, 2001~2008년에 2.35였으나 2010~2016년 1.05로 급락했다. 각국마다 소득이 증가해도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아 ‘수출 의존 한국경제’가 구조적 부진에 빠져들게 된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성장 회복을 위해 정책 방향과 초점을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맞추고, 주력업종과 대기업의 구조조정·사업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당시에는 잘 감지되지 않았으나 지금에 와서 보면 대기업과 중후장대형 주력산업에서 생산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그때부터 구조적 충격이 가시화하고 농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기 이후 과잉 시설 투입이 2011년에 경제에 짐이 돼 돌아온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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