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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시나쿨파] 레닌 매장된다…마오쩌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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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한때 사회주의 지도자들을 영구보존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시신을 방부 처리해 유리관에 안치해 두고 인민들이 참배할 수 있도록 했었다. 대표적인 지도자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레닌과 중국의 마오쩌둥이다. 둘은 지금 각 나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광장과 천안문광장에 각각 안치돼 있다.

그런데 사회주의 혁명 열정이 사라지면서 이들도 무덤에 매장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지난 21일 러시아 의회가 레닌의 시신을 매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레닌의 시신이 시대의 상징도, 국가통합의 상징도 아니란 이유에서다. 국민 대다수도 레닌 시신 매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레닌 시신 매장에 찬성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마오쩌둥은 어떻게 될까? 마오쩌둥은 당분간 끄떡없을 것 같다. 마오는 중국 인민들의 절대적 존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들은 그들을 먹여 살려준 덩샤오핑보다 경제정책 실패로 수천만 명을 아사시킨 마오쩌둥을 더 좋아한다.

중국인들에게 당신들은 왜 먹고 살게 해 준 덩샤오핑보다 마오쩌둥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면 약속이나 한 듯 “덩샤오핑은 우리를 먹고살게 해 주었다. 마오주시(毛主席, 중국인들은 반드시 이렇게 부른다)는 우리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지만 한번 깎인 체면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마오는 중국인들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 청나라 말기 중국은 서구의 반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마오는 제국주의 세력을 모두 몰아내고 중국의 자주를 확보했다. 중국의 역사를 바로 세운 것이다.

마오는 당시 가장 강력했던 소련, 미국, 일본 제국주의 세력을 모두 중국 대륙에서 몰아냈다. 믿기지 않겠지만 소련 공산당은 중국 공산당을 돕지 않았다. 오히려 장제스의 국민당을 도왔다. 중국 공산당의 세력이 미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오는 또 미국을 등에 업은 장제스를 대만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만주를 점령한 일본을 중국 땅에서 몰아냈다.

마오가 확보한 자주의 바탕 위에 덩샤오핑은 경제를 건설했다.

마오는 덩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내에서 덩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없었지만 덩이 문화혁명 정신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덩은 자력으로 권력을 쟁취했다. 그는 집권한 뒤 “마오는 공이 7, 과가 3”이라고 마오를 재평가했다. 문화혁명 등 잘못한 것도 있지만 중국의 자주를 확보한 것 등 공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천안문에 마오주시의 초상화가 천년만년 영원히 걸려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마오의 계승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후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에 시동을 걸었다. 그 후 40여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결국 마오와 덩은 환상의 콤비였던 셈이다. 마오가 확보한 자주의 바탕 위에 덩은 경제를 건설해 중국을 G-2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마오는 집에 들어온 도둑들을 모두 몰아내고 집안을 지켰다. 덩은 그 바탕 위에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 집안을 먹고살게 했다. 마오가 신중국의 아버지라면 덩은 신중국의 어머니인 셈이다.

천안문광장에 있는 마오주시 기념당에 마오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마치 한국인들이 교회에서 하느님에게 경건하게 예배를 하는 것처럼 엄숙하게 마오주시를 친견한다. 감격에 겨워 우는 참배객들도 많다.

뉴스1

모주석기념당에 안치된 마오의 시신. 왼쪽부터 화궈펑, 예젠잉, 덩샤오핑 등이 참배하고 있는 모습. - 중국 공산당 홈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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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가 덩 같은 후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마오도 레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마오는 운좋게도 덩샤오핑이라는 걸출한 후배를 만났다.

후배가 좋은 선배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선배가 좋은 후배를 만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못난 조상도 똑똑한 후손을 두면 위대한 조상이 되는 것처럼…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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