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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사전보고 안해서…" 검사님에 '부글부글' 포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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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설문에 '부당한 검사 영장불청구 사례' 보니…"영장청구권 검찰독점 안돼"]

머니투데이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기소 분리 대비, 경찰수사 혁신을 위한 현장경찰관 대토론회'에서 수사구조개혁 추진상황과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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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를 긴급체포해야 하는 사건이었어요. 영장 신청했더니 당시 야간 당직하던 검사가 접수를 못 받는다며 '사전에 전화보고 안해서'라고 이유를 대더라고요."

경찰 내부에서 쏟아지는 검찰에 대한 불만사례 중 하나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구조개혁단이 지난달 실시한 내부 설문에서 검사의 부당한 영장 불청구 사례가 100여개 접수됐다. 수사·형사부서 3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총 1031명이 참여한 설문이다.

부당한 혹은 납득이 안되는 영장 불청구 사례를 묻는 질문에 일선 경찰들은 갖가지 경험담을 적어냈다. 영장 불청구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전관예우'라는 답이 21%로 가장 많았다.

한 경찰관은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분명 전화를 받았는데 2~3시간 후 갑자기 보강 수사를 해야겠다고 불청구 통보를 했다"며 "알고 보니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해당 사건을 수임했고 해당 검찰청 차장검사와 동문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피상적인 사건검토(20.4%), 수사실무에 대한 전문성 부족(19.3%), 경찰 길들이기(19.2%) 등의 이유로 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고 답한 경찰들도 많았다.

"도주한 피의자 통화내역을 수사 중 새로운 번호를 발견했는데 이미 통신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새 번호 통화내역은 보지도 못했다", "인지 수사의 경우 송치 후 업무 가중을 우려해 입건 자체를 방해하려는 행태도 있다" 등의 답변들이 나왔다.

설문 결과 검사의 강압적 지시 등은 예전보다 개선됐지만 일선 경찰의 부당한 영장 불청구에 대한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의 수사지휘 내지 경찰을 대하는 태도가 상명하복식, 고압적인가'는 물음에 '그렇다'는 답이 40% 미만이었다. 반면 '내가 신청한 영장에 대해 검사가 부당한(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법원에 불청구한 적이 있다'는 설문 항목에 65.5%가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경찰 내부 반성을 요구하는 답변도 있었다. '검찰보다 내부가 더 심하다', '(경찰 수사력 관련) 자질 부족 지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수사부서 홀대받고 승진, 포상 등 각종 인센티브에서 제외되는 현실과 수사부서가 기피부서가 된 점 등을 자아 성찰해야 한다' 등의 답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원활한 수사를 위해 수사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데 경찰 내부는 의견을 모은 분위기다. 응답자의 94.2%가 경찰이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최소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등 대물적 강제수사 권한만이라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 되고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검찰의 강압적 지시 등 권위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은 인정하지만 영장 불청구 사례 관련 일선 경찰들의 불만은 여전히 많다"며 "본질적으로 수사, 영장 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방경찰청을 돌면서 수사·기소 분리, 독점 영장청구권 삭제 등을 중심으로 한 내용을 전달하고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경찰의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한다. 7일 김수남 검찰총장은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김 총장은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근 사법제도를 바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고 직접 수사도 가능하도록 했다"며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 기능을 맡기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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