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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다양한 형태 노조 등장…기업별노조 중심 노동법·제도 바꿔야"<노동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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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비정규직 철폐 외치는 노동자들


기업단위 교섭 대신 산별교섭 필요…임금공시제 도입해 공정성 확보

하청업체 대신 원청업체가 파견직 등 간접고용노동자와 교섭해야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노조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설계된 현행 법과 제도를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국책연구원이 문제제기했다.

노사 교섭 방식에서도 현재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업별 교섭보다는 산별 교섭을 지향하고 파견직 등과 같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교섭도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업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전환기의 고용노동정책: 단체교섭 프레임 개편 방안 논의' 보고서를 내고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법·제도가 노조 존재형태 다양성과의 불일치 문제를 야기시킬 뿐 아니라 헌법상 노동3권 행사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연에 따르면 기업별 노조시스템을 전제로 설계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 설립의 실질적 요건으로 '자주성', '목적성', '단체성' 등과 함께 결격 사유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규정해 노조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지속하고 있다.

산별노조에 관해서는 제10조 제2항에서 '산업의 단위노동조합을 구성원으로 하는 산업별 연합단체'라고 규정하는 등 산별노조에 적용하기 어려운 규정들이 많다.

이런 '낡은 제도'가 노조 존재형태 다양성과의 불일치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노조의 정의에 관련한 규정들의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노동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기업 단위를 벗어난 다양한 노조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금융노조, 금속노조 등과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을 비롯해 성별, 연령 등 노동자 개인 특성에 기반한 전국여성노조, 청년유니온, 노년유니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형태의 노조가 존재하는 만큼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설계된 지금의 법제도를 변경하고 특히 여러 노동조합이 각 특성에 맞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도록 새로운 단체교섭 프레임을 모색해볼만 하다.

물론 기업별 교섭은 노조 입장에서 보면 조합원들의 이해대변이 가능하고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는 의제로 교섭하기 때문에 조직 동원이 용이한 구조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업단위로 분절된 교섭구조가 노동시장 내 불평등, 격차, 빈곤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단점이다.

기업 관점에서는 경영실적, 기업전망 등 기업 특수적 상황논리로 교섭을 관리하고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노동통제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반해 매년 반복되는 임금교섭과 파업 등 지속적인 교섭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별 교섭은 노사 모두에게 양날의 칼로 작동한다"며 "장단점을 정리하면, 현재와 같은 기업단위 교섭은 매년 반복되는 유사한 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기업 내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안으로 노동연은 새로운 단체교섭 프레임을 내놓았다.

우선 중층적 교섭단위 존재에 따른 교섭비용 문제와 관련해선 산별 단위 '교섭'과 사업장 단위 '협의'를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업종 단위에서는 조합원의 임금이나 근무시간 등의 근로조건에 관한 교섭에 중점을 두고, 기업별 협의에서는 각 사업장 상황이나 특성 등에 맞게 세부적인 요건을 논의하자는 의견이다. 대신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교섭 과정에 쟁의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교섭비용 축소와 갈등의 외부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노동연은 설명했다.

기업별 교섭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과 같은 거시지표와 노조가 산정한 생계비, 기업 경영실적 등을 고려하는 만큼 매년 적정 임금을 산정하는 일정한 공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노동시장 내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해 노조 차원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 일환으로 정규직 임금인상분의 일정 비율을 비정규직의 임금인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07년 정규직 조합원 임금인상분의 3분의1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처우개선 등에 쓰기로 산별합의안을 도출해 비정규직의 고용·근로조건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금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독일과 영국 등이 도입한 '임금공시제'도 제안했다.

성별·고용형태별로 임금 현황과 월평균급여(기본급, 성과급)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함으로써 어떤 기술과 경험을 가진 노동자가, 얼마를, 어떤 임금체계하에서 받고 일하는지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사내하청이나 파견직 등과 같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경우, 교섭 상대방으로 하청업체 대신 원청업체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접고용노동자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하청업체는 도급단가 등의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임금인상 등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업체가 노동관계법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직접 교섭에 나서 간접고용노동자들과 임금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한 노동 관련 법·제도는 다양한 조직형태의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쪽으로 기여한 측면이 크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단체교섭 프레임 개편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노사관계적 해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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