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300만유로 전기료 절감…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는 잃어
이탈리아 로마의 음식평론가인 엘리자베스 민칠리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로마는 작년부터 가로등 조명을 노란색 나트륨등(燈)에서 눈부신 백색을 내뿜는 LED등으로 교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분위기 달라진 밤거리 이탈리아 로마 거리 가로등을 노란색 나트륨등(燈·왼쪽 사진)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백색 LED 등(오른쪽 사진)으로 교체하자 로마 특유의 낭만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엘리자베스 민칠리 페이스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 시각) "로마 시민 사이에서 'LED등이 2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 특유의 (밤거리) 낭만을 해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적지가 즐비한 예스러운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도로 정비도 거의 하지 않는 로마에 초현대식 LED등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로등 교체 작업은 지난해 말 시작됐다. 4800만유로(약 570억원)를 들여 약 18만5000개의 가로등을 LED등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절반쯤 완료됐다. 로마의 대표적 유적지인 콜로세움과 수백년 된 궁전 주변에도 여지없이 LED등이 설치됐다. 텔레그래프는 "지금 로마 밤거리는 (낮처럼) 강한 빛을 내는 LED등과 은은한 노란빛의 나트륨등으로 양분돼 있다"고 했다. 로마 당국은 비용 절감을 교체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LED 전구로 바꾸면 연간 2300만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치안을 위해 어두운 거리를 밝혀야 한다는 것도 교체 이유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나탈리 나임 로마 시의회 의원과 일부 단체는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등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나임 의원은 "로마의 역사지구가 병원이나 시신 보관소 같은 빛을 내고 있다"며 "(LED등 때문에) 로마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오랜 역사 도시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환경재단(FAI)의 발렌시아 그릴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재인 로마의 독특한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했다. 한 시민 단체는 로마 중심부에서 '창문 앞에 양초 놓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로마 당국이 교체 작업을 중단하거나 최소한 LED등 밝기를 조절해 눈이 부시도록 밝은 느낌을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유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