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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목멱칼럼]능력중심사회 뿌리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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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폴리텍대학 이사장

이데일리

지난 일 년 간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공정사회의 실현이 아닌가 싶다. 그 공정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가 바로 능력중심사회다.

얼마 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창립 80년 만에 첫 기능직 출신 임원이 나왔다는 소식, 그리고 이달의 기능한국인에 삼성전기 연구원이 선정되었다는 내용을 접했다. 두 주인공은 모두 폴리텍 직업훈련과정 출신으로 자기분야에서 꾸준히 평생경력개발을 실천해 온 능력중심사회의 인재상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실로 인해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좋은 대우를 받을 거라는 학위효과(sheepskin effect)는 잊혀진지 오래다. 이제는 개인의 능력이 객관적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지난 몇 년간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발걸음은 교육과정 틀에서 여러 스펙트럼으로 투영되고 있다. 중학교 단계의 자유학기제와 인문계고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위탁교육은 일반교육에서 직업교육으로의 이동 사다리가 됐다.

아울러,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교육은 개인의 직무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80%를 넘나들던 대학 진학률은 69%로 낮아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 언론 보도는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 4년간 NCS를 바탕으로 학과와 교과 개편 등을 진행한 3개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도입 이전보다 무려 2배 가까이 올라 지난 2013년 33.2%에서 올해는 63.4%로 껑충 뛰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11개 특성화고교를 신규로 선정해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변화의 성과는 또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도제(徒弟)제도이다. 도제학교로 지정된 9개 고교는 461명의 현장형 기술자를 배출해 냈다. 채용과 동시에 교육훈련까지 같이한 162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해당 기업에 취업한 상태로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능력을 키워왔다.

이러한 성과를 보며 박수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제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평생능력 개발경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독일의 대표적 제조기업인 지멘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 가스터빈 생산공장을 열면서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도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근 센트럴 피드몬트 지역 커뮤니티 컬리지의 준(準)학사 프로그램과 연계했고 이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고숙련 청년마이스터가 되어 연 5만 달러 이상을 받는 고급인력으로 거듭났다.

이와 같은 일이 지난 2월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도제학교를 마치고 온전히 근로자 신분이 된 학생들이 곧바로 다시 학교를 찾아 폴리텍대학 P-TECH과정에 입학한 것이다. 전국의 도제 졸업생 중 33%에 해당된다. P-TECH(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연계과정)은 일학습병행제 개념을 대학과정으로 넓힌 새로운 경력개발지원 경로다. 가령, 도제학교에서 금형 가공기술을 배웠다면 P-TECH을 통해 설계와 3D프린팅, 고속가공과 같은 융합형 기술교육을 받게 되어 청년마이스터로 육성 한다는 계획이다.

정책 성공의 열쇠는 지속성과 심화(深化)에 있다. 이제 첫발을 내 딘 도제학교의 연계과정은 현장에서 체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격려와 지원이 요구된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사업이 출현하여 그간 씨를 뿌리며 가꾸어온 성과가 열매를 맺기도 전에 사라지는 불행이 매번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우영 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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