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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 세계 3위 부자 베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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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회장/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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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열전-4] 지난주 인터넷에 올라온 한 편의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회장이 거대한 로봇을 조종하는 장면이었다. 무게 1.6t에 높이가 4m에 달하는 이 로봇은 조종사의 동작을 감지해 손과 발을 움직인다. 한국미래기술이라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로봇이라 더 관심이 높았다. 동영상은 지난 19일 아마존이 비공개로 개최한 마스 콘퍼런스에서 촬영됐다. 로봇과 인공지능 전문가들만 초청해 매년 여는 행사다. 로봇에 올라탄 베저스 회장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이며 로봇의 성능에 감탄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최고 비즈니스맨 중 한 명이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1년간 재산이 276억달러가 늘어 총 728억달러에 달하며 5위에서 2단계 뛰어올랐다.

그를 거부로 만든 단초는 1994년 인터넷 시대를 내다보고 설립한 아마존이다. 그는 치밀한 분석과 예지력으로 인터넷상에서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서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온라인 책방 '아마존'은 이렇게 탄생했다. 운도 따랐다. 인터넷 이용자가 팽창하며 온라인 서적 구매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창업 2년 만에 오프라인 서점을 넘볼 만큼 아마존은 급성장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1997년 상장 후 계속 가치가 올랐던 아마존 주가는 폭락했다. 사업 기반도 흔들렸다. 다행히 수많은 IT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아마존은 살아남았다.

사업 초기 성공은 행운이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한 힘은 베저스 회장의 경영능력이 컸다. 아마존은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냈다. 싼 가격과 간편결제, 빠른 배송과 신속한 환불, 소비자 불평·불만을 재빨리 처리하는 서비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일단 아마존에서 한 번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는 다른 쇼핑몰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상품의 다양화도 빼놓을 수 없다. 회원이 늘자 서적 외에 다른 품목으로 점차 영역을 넓혔는데 디지털 콘텐츠에 주력한 게 대박을 터뜨렸다. 전자책 단말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킨들이 최전선에 섰고 게임과 음원, 영화 등이 뒤를 따랐다. 아마존은 디지털 콘텐츠가 거대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됐다.

2006년 아마존의 자회사로 설립한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의 성공도 의미가 크다. 인터넷상에서 기업들에 서버를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요즘은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업체들이 일반 소비자에게 저장 공간을 제공하며 클라우드 서비스가 익숙한 개념이 됐지만 아마존 웹서비스가 나올 당신엔 생소한 사업이었다. 자체 서버를 갖추는 데 부담을 느낀 창업 기업과 중소업체들이 열광하며 아마존 웹서비스는 아마존에 이어 베저스 회장에게 큰 행운을 안겼다.

아마존과 아마존 웹서비스가 확실한 수익 기반이 된 비즈니스라면 2000년 아무도 모르게 설립했던 블루오리진이 개발하고 있는 우주선과 로켓, 빠른 배송을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드론,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인공지능과 로봇 사업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공장을 언론에 처음 공개한 이후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얼마 전 베저스 회장은 6년간 연구개발한 로켓 엔진을 발표하면서 올 연말 가시적 성과를 보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드론은 '프라임 에어'라는 이름으로 2013년부터 착수했고 상용화 단계에 있다. 다만 보안과 비행안전 등 규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베저스 회장이 뛰어든 사업 중에 다소 의외인 분야가 미디어다. 그는 2013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실익도 없는데 '돈 자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기우였다. 그는 신문사인 워싱턴포스트를 디지털 회사로 바꿨고 결국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베저스 회장의 사업 능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베저스 회장의 성공 뒤에는 평범한 말장난 같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통찰력이 있다. 한 언론사와 인터뷰하며 그가 밝힌 이 말을 잘 곱씹어 보자.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변화를 예측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구태의연한 질문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왜 하지 않나. 더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예측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 전략을 세우는 일이 더 쉽다. 사람들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10년이 지나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전제에 집중해야 헛고생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곳에 돈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신념으로 그는 일반인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든 곳에도 투자했다. 미국 텍사스주 사막 한가운데 설치하고 있는 시계가 그것이다. 1만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시계다. 투자액은 무려 4200만달러. 1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베저스 회장의 선언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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