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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쓰모토 레이지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열심히 살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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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은하철도 999’ 원작자

<은하철도 999>는 ‘이상한’ 만화였다. 주인공 철이와 조력자 메텔의 관계는 어딘지 아슬아슬했고, 철이는 오랜 여행의 목적인 ‘영원한 생명’을 스스로 포기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었지만, 어른들도 열광했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79)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26일 기자들과 만났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 999’전을 위해서다. 마쓰모토는 규슈 고쿠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투기 조종사였으나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며 야채행상이 됐다. 이후 마쓰모토는 가난한 삶을 살았다. 그는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학업을 할 돈이 없었다. 다행인지 소년에겐 다른 재능이 있었다. 만화였다. 고교 시절 이미 만화 원고료로 수업료와 교재비를 댈 정도였다.

도쿄에 가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고 싶었으나 기차 요금이 없었다. 도쿄의 만화 편집자가 “기차 요금을 대줄 테니 일단 오라”고 했다. 19세의 마쓰모토는 도쿄행 싸구려 밤기차에 올랐다.

“터널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니 우주로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우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은하철도 999>를 떠올렸습니다.”

1971년 <사나이 오이동>을 시작으로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은하철도 999>(1977),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 등 인기작을 그렸다. 특히 <은하철도 999>는 한국에서도 1982년, 1996년 두 차례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누렸다. 마쓰모토가 포기한 기계공학자의 꿈은 동생 스스무가 대신 이뤘다. 스스무는 현재 와세다대 교수이며, <우주전함 야마토>에 이름이 나온다.

마쓰모토는 ‘999’가 ‘미완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1000’이면 어른이 되고, 철이는 메텔과 헤어져야 한다. 그는 “메텔이란 이름은 라틴어로 ‘엄마’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다”며 “메텔은 철이가 어른이 되면 사라지는 환영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메텔이 입는 검은 옷도 상복을 뜻한다. 메텔은 수많은 ‘철이’와 헤어졌고, 그렇게 이별한 철이들을 애도한다. 철이가 위험천만한 모험 끝에 은하철도 999의 종착지에 도착하지만,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계인간의 꿈을 포기한다는 설정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마쓰모토는 “나도 기계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계인간이 되면 대충 살지 않을까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열심히 살 수 있습니다.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꿈도 시간을 배반하면 안됩니다.”

지금껏 그렸던 수많은 캐릭터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을 골라달라는 질문에는 “철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바로 철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마쓰모토의 집필 원고와 스케치, 애니메이션 셀화 등 <은하철도 999> 원화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또 다양한 캐릭터 피규어, 작가의 초판 출판물도 전시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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