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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지승공예는 선조들 지혜 담긴 예술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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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무형문화재 한지부문 지승장 선정된 김선애씨

유물 뜯고 만들고 24년 독학…“작품 영역 무궁무진”

경향신문

지승장 김선애씨가 지난 21일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소 전시실에서 한지를 꼬아 만든 지승공예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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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紙繩)공예는 일반인들에게 아직은 낯설어요. 한지색지를 꼬아 오리고 붙여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죠. 지승은 세계 각국에 존재하지만 한지를 꼬아 공예품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것입니다.”

지난 1월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한지공예부문 지승장으로 선정된 김선애씨(50)는 독학으로 지승공예를 터득한 자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지승의 매력은 무한했다. 한지가 아닌 종이로는 작품을 만들어도 보풀이 일거나 무너져 내리기 쉽다. 꼿꼿한 기품을 발산하는 지승의 미학은 한지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영역이 무궁무진한 것도 특징이다.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만들고 싶은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의 연구소에는 얼핏 봐도 찬사를 쏟아낼 아름다운 작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조선시대 유물인 ‘벌립’(농부들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썼던 모자), 물고기 모형의 붓통, 항아리 등도 보였다. 그가 보유한 지승작품은 사진물을 포함해 700여점에 달했다.

그가 무형문화재로 인정받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독학으로 지승을 배운 데다 문화계에서 중시하는 계보에 들지 않았던 탓이다.

“24년간 지승에만 매달렸어요. 한지를 꼬는 과정부터 쉽지 않더군요. 구입한 선조들의 유물을 훼손하는 게 마음 아팠지만 뜯어보고, 만들어보는 일을 반복했어요.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쫓아가서 배웠어요. 눈이 아프도록 책도 봐야 했지요. 어느 순간 지승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예술의 꽃이라는 확신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군요.”

그는 홀로 뛰어 체득한 ‘지승공예기법에 대한 연구’란 논문을 써 2006년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2번, 그룹전 11번 등 전시회도 열었다.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입상과 대한민국 한지대전 특별상에 힘입어 2015년에는 무형문화재 공모에 도전장을 냈다.

심의위원회는 그의 감각을 인정해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관련 업계는 끌어주는 이 없던 독학 공예가를 그리 반기지 않았다.

재도전한 끝에 영광을 얻었지만 그는 할 일이 많다. 한지지승공예를 널리 알려야 하고, 혼자 터득한 것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지승은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결과물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 데다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널리 홍보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 전통예술을 전승시켜 나가는 데 밀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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