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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지금 SNS에선]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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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길고 혹독하고 지루한 겨울 끝에 미세먼지가 오는데 이 나라 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이 있겠냐 없겠냐.”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그렇다. 이제 더 이상 봄의 상징은 꽃망울이니, 따스한 햇살 같은 것이 아니다. 혹독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는 것을 가장 빨리 알린 것은 바로 숨 막히는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는 한국의 사계절 정의마저 바꾸고 있다. SNS에서는 “한국의 계절은 미세먼지-여름-미세먼지-겨울 이렇게 세 가지” “대한민국의 뚜렷한 사계절은 굉장하다. 뉴델리에 필적하는 미세먼지의 봄, 이집트에 지지 않는 더위의 여름, 모스크바와 호각을 이루는 추위의 겨울, 그리고 일주일 만에 사라지곤 하는 가을. 방구석에 앉아 세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메트로폴리스다”라는 글들이 공감을 얻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도 SNS에서 일상적으로 오간다. 트위터에는 미세먼지 수치를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계정 ‘미세먼지수치_봇’(@pm10_bot)이 생겨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60년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뉴스가 SNS에 퍼졌다. “I’m in Seoul(나는 서울에 있다)→나 지금 미세먼지의 한복판에 있어” “이 미세먼지라면 조만간 입으로 진주를 만들겠다”는 한탄의 글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다 중국 탓일까. 일각에서는 ‘이게 다 중국 때문이다’ 식의 접근과 ‘대기 선진국’ 유럽을 선망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유럽·북미 선진국들이 깨끗한 공기를 누리는 이유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저임금 국가로 끊임없이 아웃소싱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금 유럽의 공기가 깨끗한 이유는 오염물질·탄소 배출원을 중국 등에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이며 저개발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의 탄소·오염물질 배출과 유럽이 관련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저임금노동자 착취는 전 세계가 같이하는 거고 그 대가를 한국인들은 편서풍이 불 때마다 치르고 있다. 유럽인과 북미인들은 대가도 치르지 않고 깨끗한 공기를 누린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도 “전 세계인들이여, 저임금이 발생시킨 미세먼지는 동북아가 다 먹고 있다네”라고 꼬집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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