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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케어 ‘철회’ 세제개혁 ‘험난’…흔들리는 트럼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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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의 로버트 코스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선 핵심 공약이자 행정명령 1호였던 오바마케어(ACA) 폐기를 실행에 옮기고 대체 법안인 트럼프케어(AHCA)를 하원에서 표결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법안은 하원 표결까지 가지도 못했다. 트럼프는 기자에게 “우리 방금 철회했다”며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 철회 사실을 알렸다. 코스타는 트럼프와 통화하면서 그 내용을 받아쳐 트위터에 생중계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매기 해버먼 기자에게도 전화해 철회 사실을 알렸다. ‘가짜뉴스’라고 비판해온 두 신문에 먼저 전화를 건 것이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총 70차례나 주장했던 오바마케어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순간이었다.

트럼프는 트럼프케어 철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1호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도 못하고 포기한 원인은 여당인 공화당에 있다. 공화당은 하원의 절반이 넘는 237석을 차지하고도 내부 반발로 과반인 218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보수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은 오바마케어의 완전한 폐지가 아니라며 반대했고, 중도 성향 ‘화요 모임’ 의원들은 트럼프케어로 다수 시민들이 보험 없이 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표결을 한 차례 연기하고 강경파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했지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위기 상태다.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정부 불신은 날로 높아지는데, 대선 공약 이행 성적은 0점 수준이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 의해 중단됐고 트럼프케어는 의회가 저지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로 닐 고서치 대법관 임명까지 막는다면 그야말로 되는 게 없다. 37%로 추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찾지 못하면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정국을 반전시키기 위해 트럼프가 내놓을 다음 카드는 ‘감세’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내가 항상 좋아해온 세제개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세금을 대폭 줄이고, 모자란 재원은 국경세로 보충하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국경세로 1조달러 인프라 투자 재원도 마련할 계획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시뮬레이션까지 마치고 세부 조문을 다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제개혁의 길도 첩첩산중이다.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세 신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불확실하다. 유럽연합(EU) 등은 국경세 도입 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세제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는 10명의 지지도 못 받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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