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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저임금·비정규직 청년에게도 봄바람을”…‘장미 대선’ 앞두고 ‘장미 파업’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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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5일 청년단체 ‘청년전태일’ 소속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미혁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청년전태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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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씨(21)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상경했다. 집안 형편상 대학 등록금을 댈 수 없었다. 첫 직장은 장애인 활동보조 일자리였다.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시급 6800원을 받았다. 한 달에 100~110만원을 손에 쥐었다. 교통비·식비 등 필수 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한 달 20만원 정도, 보증금 500만원짜리 옥탑방이라도 빨리 구하고 싶어 매일 14시간씩 주 4일을 근무했다.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 하루 11시간 주 5일 근무로 바꿨지만 ‘조삼모사’였다. 장애인을 돕는 일은 보람이 있었지만, 결국 2년 남짓한 상경기는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의 말을 빌자면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는 아이러니”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5월 조기대선, 이른바 ‘장미 대선’의 시계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일하는 청년들의 마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즉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하루하루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견뎌내는 이들의 앞날은 ‘어차피 정권교체’ 같은 정치권의 장밋빛 시나리오와 아득한 거리가 있다.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광장에 모였다. 25일 오후 청년단체 ‘청년전태일’ 회원 50여명은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미대선에 맞선 청년들의 ‘장미혁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4월30일 청년 1만명이 모이는 ‘청년요구 실현을 위한 대회’를 열고, 이어 5월1일에는 대선 후보들에게 청년들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기 위해 하루 동안 일손을 놓는 ‘장미 파업’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는 청년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장미혁명을 처음 제안한 임선재씨(36)는 서울메트로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는 무기계약직이다. 지난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19세 청년 김모군과 같은 작업을 한다. 임씨는 “우리는 스스로를 ‘버린 자식’ 이라 부른다. 정년보장을 시켜주고, 남이 쓰던 낡은 안전모라도 지급해 준 것에 감사해 하며 그 이상은 바라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힘겨운 하루 버티며 살아냈다고 위안할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해도 갈수록 더 힘들어지기만 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교무행정실무사로 1년 단위 계약서를 쓰며 일하다 4년만에 해고당했다는 함지영씨(28)는 “3번째 해고 통지를 듣고 나자, ‘아직 젊으니까’라는 격려의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느꼈다”라며 “가능성이 열린 청년 노동자들이 불안하게 일할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대신, 지금 여기에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산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우형석씨(24)도 “청년들은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한 N포세대가 됐다”면서 “청년들을 위해 모든 적폐들이 청산되고 새로운 희망을 위해 장미혁명이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이들은 스스로 선물한 장미 꽃다발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돌며 행진했다. 청년전태일은 장미혁명에 참가하려는 개인과 단체 추진위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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