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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숨은 역사 2cm] 배가 산으로 올라가자 1천 년 버틴 터키 철옹성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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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정 공백 사태에 중국과 미국 악재가 겹친 탓이다.

이번 위기는 종류와 규모 측면에서 전례 없는 것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해법은 익숙한 성공방정식이 아닌 낯선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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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역발상 법칙'이 관심을 끈다.

서튼은 초우량 기업의 성공 비결을 토대로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급변 환경은 엉뚱함에서 출발한 탐험방식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만제국(터키)의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점령이 역발상 모범 사례다.

동로마(비잔틴 제국)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은 1453년 무너졌다.

삼각형 도시를 둘러싼 성벽 둘레는 약 20km다.

육지와 붙은 성벽은 해자를 포함한 삼중 구조여서 난공불락이었다.

마르마라 해안은 강풍으로 선박 접근이 어렵고 최대 폭 800m인 골든혼(금각만)은 진입이 봉쇄됐다.

성 전체가 천혜 요새여서 1천 년 이상 버텼다.

오스만은 그런 철옹성을 2개월도 안 돼 차지했다.

승리 비결은 발상 전환이었다.

당초 오스만은 육지 성벽만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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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노플.



포탄을 퍼붓고 성벽 아래 터널을 뚫기도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모든 시도가 무위로 끝나자 새로운 카드를 꺼낸다.

강풍으로 접안이 힘든 마르마라 해안 성벽을 포기하되 골든혼에는 해군력을 집중한다.

바다와 육지에서 협공함으로써 동로마 지원군과 물자 보급을 끊고 방어력 분산을 노린 전략이다.

골든혼은 입구를 막은 굵은 쇠사슬 탓에 진입이 불가능했다.

그때 오스만은 신의 한 수를 떠올린다.

군함을 산으로 끌고 가 골든혼으로 옮기는 기상천외한 방식이다.

배는 무조건 바다로 가야지 산으로 가면 망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이다.

군함을 옮기려고 황소와 병력, 장비를 총동원했다.

황소가 언덕으로 끌어올린 군함은 약 2km 구간에 깔린 목재 레일을 타고 이동한다.

마찰을 줄이려고 목재에는 돼지기름을 칠했다.

군함 70여 척이 이런 식으로 이틀 만에 골든혼으로 배치된다.

비잔틴 군대는 이 광경을 보고 공포에 휩싸였다.

골든혼에는 와인 통 등을 활용해 부교와 받침대를 설치한다. 대포 발사를 위해서다.

오스만 대포는 헝가리 출신 우르반이 개발했다.

450㎏짜리 돌덩이를 1.5㎞ 이상 날릴 수 있었다.

크고 견고한 성을 포격하는 데 투입된 세계 첫 대포다.

군함 재배치를 계기로 전쟁은 분수령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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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요새는 육·해 협공을 견디지 못하고 57일 만에 뚫린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계기로 유럽 국가 간 역학관계가 확 바뀐다.

아시아산 향료·직물·도자기를 유럽에 팔아 번창한 베네치아 국력은 급격히 위축된다.

오스만이 동서 교역로를 장악하면서 동방무역이 중단된 탓이다.

대체 해상로를 확보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유럽 맹주로 부상한다.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계기로 막대한 부를 챙겼다.

이후 유럽은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덕에 세계를 지배한다.

오스만·비잔틴 전쟁은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역발상을 생존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 역사적 사건이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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