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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아랍항공사들, 美 전자제품 기내금지에 '조롱 마케팅'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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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정책에 재치있는 홍보로 대응" 평가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미국이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8개국에서 미국 영토로 들어오는 비행기에 랩톱·태블릿 등 전자제품 휴대를 금지함에 따라 아랍권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아랍권 항공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조롱하는 듯한 재치있는 마케팅을 온라인상에 펼치면서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미국이 요르단,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모로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 10개 공항에서 운항하는 9개 항공사에 대해 랩톱 등 전자 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등장했다.

미국의 보안 조치에 따른 기내 반입 금지 대상에는 랩톱과 태블릿, 카메라, DVD 플레이어, 전자게임기 등이 포함되며, 휴대전화는 제외됐다.

미국의 발표 직후 영국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자 아랍권 항공사들은 즉각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전자제품 기내금지 대응 요령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중동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 소유 에미레이츠항공은 미국과 영국의 조치를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에미레이츠항공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당신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게 해달라'는 슬로건의 홍보 동영상을 내걸었다.

이 영상은 '그런데도 누군가 랩톱과 태플릿이 필요하다면?'이라는 문구로 시작해 기내에서는 수많은 비디오게임과 영화, 음악 등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은 "그 금지는 불필요하고 우리를 화나게 하지만 에미레이츠항공은 페이플레이를 했다"고 응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에미레이츠항공이 정말 잘했다. 그런데 사업하는 사람들은 일해야 한다. 비행 기간 사무용 앱이 깔린 태블릿을 제공할 수는 있는가"라고 물었다.

로열요르단항공도 비슷한 내용의 홍보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항공사는 트위터에 올린 홍보물에서 '미국으로 여행 시 매주 새로운 금지 사항'이 있다고 비꼰 뒤 "누구도 우리의 비행에 대한 즐거움을 망칠 수 없다"며 "우리는 모두를 위한 여행 팁을 갖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 공지에는 '12시간 비행 동안 랩톱 또는 태블릿 없이 할 수 있는 12가지' 목록이 첨가됐다.

그 사례로 독서와 간식 먹기, 옆 사람과 인사하기, 영화 고르기, 비행의 기적에 감사하기 등이 제시됐다.

또 접이식 탁자를 키보드로 간주하기, 삶의 의미를 분석하기 등도 눈에 띈다.

마지막 12번째 항목은 '당신이 랩톱과 태블릿을 휴대할 수 없는 이유 생각해보기'로 나오는 등 트럼프 정부를 비꼬는 뉘앙스를 풍겼다.

카타르항공은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오릭스 원(Oryx One)'을 홍보하면서 "오릭스 원은 당신이 탑승했을 때 필요한 유일한 오락거리"라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부 보안·대테러 전문가들로부터 비논리적 조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기내에 반입하는 노트북이 폭발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이를 화물칸에 실어도 마찬가지이며, 스마트폰도 위험성은 같은데 이번에 금지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로열요르단항공 트위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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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요르단항공 트위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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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국제공항의 에미레이트 항공 여객기[AP=연합뉴스 자료사진]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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