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레이더P] 정치와 예능이 만나다…그들이 대선후보를 선택한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과 대중문화의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넘어선 예능 프로그램 출연, 대중문화 매체와의 인터뷰 등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와 예능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유력 대선주자들은 TV 프로그램에 출현했다. 하지만 토크쇼를 중심으로 한 교양 프로그램에 한정됐던 것에 비해 19대 대선을 앞둔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SBS 웹예능 '양세형의 숏터뷰'에는 대선주자들이 출연해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됐다. MBC '무한도전'은 2017 신년 특집으로 준비한 '국민내각'에 대선주자들을 섭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KBS '해피투게더'는 대선후보들을 게스트로 모아 15주년 특집에서 토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시기적 문제로 다음 기회로 미룬 바 있다.

레이더P는 대선주자를 섭외했던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 "정치 접촉면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매일경제

SBS 모바일 콘텐츠 제작소, 모비딕에서 만든 <양세형 숏터뷰 - 유승민편> 캡쳐 [사진=SBS 모비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세형의 숏터뷰'는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대선주자들을 차례대로 인터뷰했다. 이 프로그램은 TV가 아닌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로 누적 조회수가 3500만건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한 소형석 PD는 정치인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콘텐츠를 주로 보는) 20대에서 30대 초반 친구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조기 대선 정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인터뷰 대상을 바로 대선주자로 본 것이다.

소 PD는 "정치에 대해 관심이 높은 시기이다 보니 '정치에 접근하기 편하다'는 등의 네티즌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정치의 예능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재미가 우선이지만 나름대로 각 출연자들의 공약이나 가치관을 녹여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존 방송문법과 달리 정치인의 눈이나 귀만 찍는 등 '초밀착 인터뷰'가 이뤄지고 개그맨 양세형을 내세운 'B급 코드' 유머와 예능 특유의 다양한 자막이 중요하다 보니 녹화 전에 "보좌진과 수위 조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 PD는 정치인의 예능 출연 현상에 대해 "정치인들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로가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존 딱딱한 방식과 맞지 않았던 시청자와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는 역할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화예술 공약을 제대로 다룰 필요 있다"

매일경제

<씨네21>에 연재된 특집기사 "대선주자에게 묻다" 모습 [사진=씨네2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전문 잡지 '씨네21'은 이달 초 '대선주자에게 묻다' 특집 시리즈 기사를 통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6명의 대선주자와 만났다. 동시에 각 대선주자들의 문화예술산업 관련 철학과 공약에 대해 다뤘다.

취재에 참여한 김성훈 씨네21 기자는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모태펀드(정부가 영화 제작을 위해 출자한 상위의 펀드)를 통한 검열을 취재하던 중 "대선주자들은 향후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어서 (특집 기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간 예능 프로에서는 대선주자 개인의 이야기나 정치·사회·외교 분야 등만 다루다 보니 대선주자들도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응은 좋았다. 김 기자는 "처음에 특집 기사가 나간다고 홍보했을 때 독자들은 '대선후보를 어떻게 모실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기사가 나간 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기사를 굉장히 많이 읽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 진보 구분 없이 대선주자 모두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 없는 지원'을 말했고 블랙리스트는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 대선주자 특집 준비했던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2017년 신년 특집으로 준비한 '국민내각'에 대선주자들을 섭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예고한 특집 기획으로 시청자들에게 직접 '여러분이 바라는 2017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 16일에는 11시간 넘게 녹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7주 결방 뒤 본방송을 다시 시작한 지난 18일 해당 특집으로 방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결국 해당 특집 녹화에 함께하지 못했다. '무한도전'에서 섭외 요청을 받았던 한 야권 대선주자의 관계자는 "섭외 요청이 실제로 왔고 저희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데 방송 녹화 며칠 전 '무한도전' 측에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고 그래서 결국 (대선주자의 방송 참여는) 무산됐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지난 16일 녹화에는 대선주자 대신 몇몇 정치인이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한도전'이 정치 예능을 표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택 2014'라는 특집을 방영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정치인처럼 직접 공약 발표와 자유 토론회를 실시하는 등 선거 문화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 팬인 심성우 씨는 "예능이 단순히 관심을 유발하는 식으로 정치인에게 남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예능에 나온 정치인이 인지도와 이미지만 얻어간다면 정치의 실질적 모습에 대한 대중의 눈을 가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주자의 예능 출연과 문화 매거진 등장 등 '정치의 대중문화화' 현상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 이야기도 점점 가벼운 (예능) 토크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미지가 위주인 예능 출연과 달리, 특정 전문 분야 잡지가 관련된 주제를 정치인에게 묻고 공약을 검증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안병욱 기자]
[정치뉴스의 모든 것 레이더P 바로가기]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