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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주주제안 소용없네”…주총서 꼼수 부리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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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수퍼주총데이의 주주제안을 경영권 위협으로 인식

- 안건 상정 순서 이용…주주제안은 논의 無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려는 기업들의 꼼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영진이 원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주주의 제안으로 올라온 안건보다 먼저 가결시켜, 주주들의 정당한 경영권 간섭을 무력화시키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 ‘주주제안’을 상정한 상장기업은 총 32개사(社)로, 이들의 주주제안 안건은 총 67건이다.

헤럴드경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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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상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이거나 ▷6개월 전부터 계속해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0분의 10이상(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000분의 5)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들은 이사나 감사의 선임과 배당에 대한 제안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올해 주주들이 제안한 67건 역시 ‘사내ㆍ사외이사와 감사에 대한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이 가장 높은 빈도(38.8%)를 보였으며, 이 중 ‘감사의 선임 안건 상정’이 절반 수준인 17.9%에 달했다.

배당에 대한 주주제안도 전체의 29.9%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주주들의 제안을 무력화시키려는 기업들의 행태가 눈에 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성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주주제안 무력화 시도가 엿보인다”며 “기업들이 주주제안을 경영권 위협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배당을 할 때 무력화 시도가 두드러진다. 해당 기업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 안건을 먼저 의결해, 배당금을 더 높게 제시한 주주제안은 자동 폐기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배당 안건이 제안된 16개 기업 중 13개 기업이 이사회 안건을 먼저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주주총회를 개최한 GS홈쇼핑은 ‘제1-1호 의안 현금배당 주당 7000원’ 안을 가결해 ‘제1-2호 의안 현금배당 주당 8000원’을 자동부결시켰다.

같은 날 넥센테크 역시 ‘2-1호의안 : 배당금 보통주 1주당 125원’을 가결해 ‘2-2호의안 : 배당금 보통주 1주당 200원’을 부결시켰다.

감사를 선임할 때도 주주제안은 활용되지 못한다. 상법상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엔 감사를 둘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도입’을 먼저 가결해, 주주가 제안한 감사 선임 안건을 철회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감사위원회는 같은 날 별도로 이사회에 의해 추천된 사외이사로 채워진다.

지난 17일 동원개발은 ‘제2호 의안 : 정관일부변경의 건’을 통해 감사위원회를 신설하며, ‘제3호 의안 : 이사선임의 건’을 통해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날 주주제안으로 이뤄진 ‘제6-2호 의안 : 상근감사 후보2 임세광’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주주제안과 관련된 법을 위반하진 않았다”며 “다만 주주총회를 여는 기업과 주주간의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권리가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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