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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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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공원.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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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22] "다음 목적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요."

"상페부…뭐?"

"아니 그게 아니고. 발음해 봐요, 상.트.페.테.르.부.르.크."

왠지 발음하기 힘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옆에서 와이프가 "이곳에 그렇게 유적지가 많대요"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날씨가 벌써부터 약간 선선해지는 게 '마더 로씨아'의 기운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모스크바에 이은 제2의 도시다. 과거 러시아 제국의 수도로, 과거 열강에서도 손꼽혔던 제국의 유산이 산재해 있어 지금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인구는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484만여 명, 주변 도시를 포함하는 연방단위의 면적은 1,439㎢다. 러시아 최대의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사실 이 도시는 이름부터 유구한 역사에 얽힌 곳이다. 원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전통적인 러시아 영역은 아니었으며, 스웨덴령 핀란드에 속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러시아 제국의 표트르 1세가 스웨덴으로부터 발트해와 통하는 교통의 요지인 이 지역을 얻었다. 그리고는 서구화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수도가 될 땅으로 이곳을 선정한 뒤 늪지대를 매립해 1703년 5월 27일 도시가 건립됐다.

표트르 1세는 이 도시를 '성 베드로의 도시'라는 의미의 독일어인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이름 지었다. 이러한 독일식 이름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에 대한 반감으로 뜻은 같지만 러시아식 발음을 사용한 '페트로그라드'로 개칭됐고, 1924년 소련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사망하자 그의 이름을 본떠 '레닌의 도시'라는 뜻의 '레닌그라드'로 개칭됐다. 그러다가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 연방이 수립되면서 원래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이 한양이었다가 일제강점기 때 경성이었다가 나중에 독립하고 서울이 된 것처럼?"

"약간 의미는 다를 수 있겠지만 뭐 비슷하겠네.(웃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와 더불어 러시아의 양대 제조업 중심지이자 경제 중심지이며 다수의 문화, 예술 관련 기관과 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학술적·문화적으로는 러시아의 최고 존엄을 차지한다. 19세기 러시아에선 "러시아의 심장은 모스크바이고 러시아의 머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아 맞아, 푸틴 대통령도 여기 출신이라고 하더라."

"작년 겨울에 블라디보스토크에 출장간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뭔가 더 감회가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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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강을 넘어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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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궁전 앞에서 펄쩍펄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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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로 진입했다. 오늘 가려는 곳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라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이다. 네바 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겨울궁전과 4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입장료는 인당 600루블이다. 국제학생증이 있다면 관람료가 무료이니 학생 신분이라면 반드시 국제학생증을 발급받아서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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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주에 전시된 "말 안장을 잡고 있는 모로코인 (들라크루아)".


이곳은 예카테리나 2세가 수집한 유럽의 예술품 컬렉션을 전시하기 시작해 그 뒤를 이은 차르들에 의해 계속 소장품이 모집되었고, 19세기 말에는 일반에 개방되어 현대까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러시아 혁명 이후 구 귀족들로부터 몰수한 예술품들을 모아놓는 장소가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겨울궁전과 그 주위의 문예 연구기관들을 모두 결합시켜 현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에는 마티즈나 피카소 같은 현대 미술작가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와 진짜 대박이네요."

"진짜 여긴 중국과는 뭔가 또 다른 대륙의 광활함이 있는 거 같아. 어떻게 전시장이 이렇게 크냐."

전시된 작품들의 규모가 매우 방대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관람할 만한 곳은 125개의 홀을 차지하고 있는 서유럽의 전시실이다. 이곳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니 기억하자. 우리 부부는 시간이 없어서 2시간 만에 나왔는데 지금도 그게 아쉬운 마음이다. 총소장작은 270만점이고, 전시로 총길이는 27㎞라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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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의 "라 그르누예르"


"배도 고픈데 뭐 좀 먹을까? 트립어드바이저 도움 좀 받자."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나와 트립어드바이저 앱을 켜니 칭찬 일색인 레스토랑이 한곳 있어 거길 찍고 가기로 했다. 조회를 하니 2016 트래블러스 초이스란다.

"어라 포시즌스 호텔 안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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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 호텔 내 페르코소(Percoso)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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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포시즌스 호텔 1층에 위치한 '퍼코소(Percorso)' 레스토랑이다. 호텔 안에 들어서니 무슨 유적지처럼 웅장했다. 자리에 앉으니 식전 빵이 나왔고, 곧 음식을 주문했다. 잘 몰라서 종업원에게 뭐가 유명하냐고 물어보니 그릴드 투나, 시칠리안 쿠스쿠스에 건포도, 파인너트, 요구르트소스로 이뤄진 '쿠스쿠스(Couscous)', 그리고 파스타 요리인 '포르치니버섯 리소토'와 '라비올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걸로 달라고 했다. 주문한 지 20분 정도 되었을까.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좀 짜네…앞으론 유럽에서 요리 먹으면 소금 덜 치라고 미리 얘기하겠다."

"그래도 이 리소토는 괜찮은데요? 양이 좀 적다는 것만 빼면."

맛있는 식사 자리였다. 음식값이 한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이 나온 것만 빼면. 와이프의 푸념이 이어졌다. "어쩐지 럭셔리하더라…"

"이제 앞으로 한동안 맥도날드만 가면 되지 뭐.(웃음)"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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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귀족 부럽지 않은 포시즌스 호텔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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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속상한데 남의 일처럼 말한다고 한 소리 들었다. 인생 뭐 별거 있겠나. 돈이 모자라도 가끔은 여행하면서 좋은 것도 먹어줘야지.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란 말처럼 가격은 근데 변하지 않더라. 맛있게 먹는 건 먹는 거고 돈은 돈이니깐. 그래도 마음만은 호방하게 살자.

"근데 벌꿀아, 그렇게 속상하기엔 아까 너무나 맛있게 먹던데…그릇까지 싹싹. 무슨 식기세척기 본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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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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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치니버섯 리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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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ToAugust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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