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과학서 펴낸 이강민 전북대 교수, 조리의 원리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가정식 레스토랑 ‘빌바오’ 주방 오븐 앞에 선 이강민 교수. 더숲 제공 |
달걀을 냄비에 삶을 때는 물에 먼저 소금을 약간 용해시키는 게 좋다. 이 평범한 노하우의 까닭을 물으면 대개 “그래야 끓이면서 터지지 않으니까”라고 답할 거다. 지난주 발간된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더숲)의 저자인 이강민 전북대 분자생물학과 교수(61)는 거기서 한발 더 들어가서 답한다.
“맹물에 끓이면 계란 껍데기 안팎 액체의 농도 차가 커진다. 삼투압에 의해 달걀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가 온도가 오르면 부피가 팽창해 껍질에 균열이 생겨 터지는 거다. 소금 간이 배어 흰자위가 맛있게 익는 건 부차적 장점이다.”
2013년부터 강의한 ‘분자요리학’ 수업 내용을 묶은 이 책은 얼핏 보면 최근 우리 사회의 요리 붐에 발맞춰 과학에 근거한 이야기를 첨가해 엮은, 흔한 읽을거리로 보인다. 그런데 꼼꼼히 살피니 부엌에서 다시 한번 실천해 봐야겠다 싶은 내용이 오목조목 채워져 있다.
생선 요리에 생강을 곁들이면 좋은 까닭, 야채를 볶을 때 가급적 종류별로 따로 조리해야 하는 까닭 등 알면서도 번거로워 외면했던 노하우의 원리를 짚어내 실천 의욕을 일깨워 준다. 이 교수가 6년 전 부인과 함께 전북 전주에 문을 연 가정식 레스토랑 ‘빌바오’의 주방 경험도 녹여냈다.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때 파인애플과 키위를 넣는 건 단백질 분해 효소인 브로멜라인과 악티니딘의 작용으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생강의 향은 생선 비린내의 성분인 아민보다 뇌에서 강하게 인지된다. 향신료는 재료의 향을 없애는 게 아니라 다른 향으로 뇌의 반응을 조절하는 거다. 음식을 먹는 건 입이 아니라 뇌이니까.”
요리(料理)라는 단어의 뜻풀이인 ‘헤아리고 다스린다’를 ‘과학에 근거한 조리’로 해석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부엌 조리대에 관심을 둔 건 스물여섯 살에 프랑스 유학을 떠나 10여 년간 그곳 음식문화를 체험하면서부터다.
“스무 살 때 자취를 시작하면서 요리가 안겨주는 ‘창조의 희열’을 조금씩 맛봤다. 프랑스에서 살아보니 삶의 가장 큰 의미를 요리하고 먹는 행위에서 찾는 사람이 허다했다. 평생 추구할 행복의 실마리를 거기서 깨달은 셈이다.”
그는 자신의 식당 홀에 테이블 하나만을 놓아뒀다. 하루에 3팀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갑자기 예약 인원이 늘어나면 음식을 추가로 내놓을 수 없다. 딱 필요한 만큼의 재료만 예약 당일 오후에 시장에서 사와 바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장기보관용 냉동고는 당연히 없다.
“한번 열을 가한 재료는 물리적 화학적으로 이미 변형된 상태다. 맛을 내는 성분은 음식이 식으면서 열과 함께 영원히 빠져나간다. 소스를 대량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사용하는 건 과학적으로 봤을 때 맛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방법이다. 물론 식사시간에 이런 얘기를 하진 않는다. 맛에 정답은 없고, 식탁 위 비평은 행복에 방해되니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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