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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비정규직, 근무시간 30% 아픈 자세로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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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통증 유발…하루 중 서서 일하는 시간이 절반 육박

여건 열악 탓, 산업재해 확률 정규직보다 최대 22% 높아

경향신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의 3분의 1가량을 피곤하거나 통증을 주는 자세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견 비정규직은 열악한 여건에서 일하다보니 산업재해를 당할 확률이 정규직보다 22% 높았다.

22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취약계층 경제활동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고용정보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재 확률은 정규직보다 7.9% 높게 나타났다. 특히 용역업체 소속으로 다른 곳에 파견돼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산재 확률이 22%나 높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환경을 보면 산재 확률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의 30% 정도를 피곤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자세로 일했으며, 43%가량을 서서 일해야 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정도는 비정규직에 비해 덜했다. 정규직 노동자는 근무시간의 35%가량을 서 있고, 약 24%는 불편한 자세로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기나 분진, 고온 등의 위험에 노출된 시간도 더 많았다. 특히 용역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의 4분의 1을 연기나 분진, 고온에 노출된 상태로 일했다. 심지어 담배연기 노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있었다. 정규직이 근무시간의 3%가량을 담배연기에 노출됐다면, 용역 노동자들은 11%가량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성 연구위원은 최근 중대 산업재해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0대 용역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일례다. 이 연구위원은 “용역 노동자의 산재 발생 확률이 정규직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난 것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이들의 고용형태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를 당해도 보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로 결근이나 치료를 경험한 사람은 1501명이었으나 산재보험으로 치료한 노동자는 이들 중 약 10%에 불과했다. 이 연구위원은 “산재 은폐의 대상은 정규직 노동자들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해가 축소 보고되지 않고 산재로 인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버텨내야 할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고용정보원의 ‘대졸 청년층 노동시장 정착화 과정에 관한 장기추적 연구’ 보고서를 보면, 2년제 이상 대학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602명 가운데 2년 후에도 비정규직인 경우는 292명(48.5%)이었다. 또 이들 중 92명은 7∼10년 뒤에도 비정규직이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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