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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증시 급제동…월가 "정책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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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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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쾌속 상승세를 거듭하던 '트럼프 랠리'가 서서히 경계심이 커지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감세와 재정 확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트럼프노믹스'가 시장의 기대만큼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21일(현지시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는 글로벌 증시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가장 과대평가된 시장으로 응답자의 81%가 미국을 거론했다.

미 다우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13% 올랐다. 줄리언 에마누엘 UBS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CNBC에 "미 증시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 전에 5∼10%의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23일로 예정된 '트럼프 케어' 하원 표결을 앞두고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시장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실상 첫 작품이 될 오바마 케어 폐기는 트럼프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느냐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있다.

만약 의회의 제동으로 트럼프 케어 시행이 지연되면 트럼프 정부가 공언한 세제개편안 등 다른 정책도 잇따라 지체될 공산이 크다.

불과 24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를 끌어올리며 2만1000선까지 단숨에 돌파한 최근의 다우지수 흐름은 법인세 대폭 감면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케어가 불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정책이 의회에서 가로막힐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커지면서 시장의 환상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21일 증시에서 미 주식을 내던진 반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1일 전날(2.46%)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2.42%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값 상승을 뜻한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미 달러화 가치도 급락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2% 하락한 99.61을 기록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달러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37.85포인트(1.14%)나 급락했다. 이는 작년 9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월가 일각에선 트럼프 랠리가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프로 비즈니스' 정책이 제대로 현실화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트럼프 당선 이후 처음으로 시장이 표출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트럼프 랠리를 주도해온 금융업종이 이날 2.6%가량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지수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0.85% 상승한 12.57을 나타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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