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32% 미국 고관세 때문에”…베트남 대신 미국 기업 인수한 삼일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트럼프 행정부 TPP 탈퇴, 베트남 매력 떨어져

-섬유업계 미국 현지 진출 및 M&A 확대 전망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국내 한 중견 섬유업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높아진 무역장벽을 넘기 위해 베트남이 아닌 미국 기업을 인수해 주목된다.

연간 매출 930억원대의 국내 중견 방적업체인 삼일방(대표 노희찬, 노현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연간 매출 302억원대의 미국 중견 방적기업인 뷸러퀄리티얀스(Buhler Quality Yarns)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인수계약(SPA)을 체결했다.

헤럴드경제

노현호 삼일방 부사장(사진 오른쪽)과 허만 뷸러(Hermann Buhler)의 마틴 캐기(Martin Kagi) CEO가 계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KOTR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OTRA의 매수자문을 받아 삼일방에서 인수한 미국 기업은 205년 역사의 스위스 허만 뷸러(Hermann Buhler)의 미국 자회사이다. 이 회사를 인수전에는 미국 3위 규모의 방적기업도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방의 미국 기업 인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부분도 미국의 관세 제약이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원산지 결정기준으로 원사규정(Yarn Forward)을 적용, 미국 내에서 생산된 실을 사용한 의류에만 32%의 고관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일방은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해외생산거점 마련을 놓고 베트남과 미국 사이에서 고민해왔으며, 최근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등 보호주의가 본격화되고,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전격적으로 미국기업 인수를 결정했다.

삼일방은 이번 미국 기업 인수로 CAFTA-DR(중미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해, 미주에서 소비되는 의류의 생산거점인 중미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원사를 사용해 CAFTA-DR 회원국에서 생산된 의류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삼일방의 이번 미국기업 인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국내 섬유업계의 공통된 고민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섬유업체들은 그 동안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TPP(환태평영경제동반자협정)에 포함된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나, 최근 미국의 TPP 탈퇴로 베트남을 미국 수출 전진기지로 삼고자 했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한 상태다.

이번 삼일방의 미국 기업 인수는 이 같은 국내 섬유업계의 공통적인 고민을 담고 있으며, 향후 삼일방과 같은 섬유업체들의 미국 직접 진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OTRA 글로벌 M&A 지원단의 최동철 PM은 “삼일방의 경우 미국 현지에 공장을 새롭게 짓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인수 비용보다 2배나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현지 기업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pdj24@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