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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국내 대표 화학사들 M&A시도 줄줄이 먹구름…“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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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케미칼ㆍ한화토탈 싱가포르 유화업체 JAC 인수전 고배

-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도 中 상하이세코 인수 난항

-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 유화업계, M&A는 줄줄이 헛발질 우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실탄을 두둑이 채운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인수합병(M&A) 경쟁에선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SK 롯데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앞다퉈 공격적 투자를 천명하고 대규모 인수합병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은 최근 싱가포르 석유화학업체인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셨다.

JAC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향족(아로마틱스) 제품 생산 공장은 물론 항공유, 혼합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등 다양한 석유제품 생산 설비를 갖춘 업체로, 매물로 나오자마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들이 군침을 흘린 곳이다.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과 벤젠 등 방향족 제품 시황이 1년 가까이 슈퍼 사이클(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 역시 JAC 인수로 포트폴리오 확대 및 수직계열화를 이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 속에 모두 예비입찰을 통과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한 해 각각 2조5000억원(롯데케미칼)ㆍ1조4000억원(한화토탈)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기에 실탄도 충분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결국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미국의 엑슨모빌의 벽에 가로막혔다. 무려 2조원대의 월등히 높은 가격에다 전액 현금 인수를 제안한 엑슨모빌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두 회사는 씁쓸한 입맛만 다시게 됐다.

본업인 정유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ㆍ화학 업체로 도약하려는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앞세워 다양한 M&A를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중국 화학회사 상하이세코의 지분 인수가 아직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상하이세코는 연 120만톤 규모 에틸렌을 생산하는 납사분해시설(NCC)을 보유한 업체로, SK종합화학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매물로 내놓은 이 회사 지분 50%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애초 SK 측은 이 인수전에 큰 자신감을 보여왔다. 지분의 보유ㆍ판매자는 BP지만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이 해당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노펙의 의중이 결정적이란 건데 SK와 시노펙은 지난 2014년에도 합작회사(JV)를 설립ㆍ운영하는 등 오래전부터 각별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관계다.하지만 시노펙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BP가 스위스 이네오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거나, 시노펙이 직접 BP 지분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2월 “상황이 복잡하다”며 상하이세코 인수전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부터 종합화학을 중심으로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M&A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지만 결과를 낸 것은 지난달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 인수 한 가지다.

올해 들어서도 복수의 M&A 계약 체결 발표가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사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글로벌 인수합병 경쟁에서 밀린 것은 작년부터 이어져온 일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 인수에 야심차게 뛰어들었으나 신동빈 회장 검찰 조사 등으로 포기했고, 한화케미칼ㆍ한화첨단소재, LG화학ㆍLG하우시스도 공동으로 미국의 자동차 소재업체 CSP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높은 가격에 손을 뗐다.

유화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가 호황기를 맞아 인수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좋은 매물을 합리적 가격에 사면 당연히 제일 좋겠지만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는 게 사실”이라며 “전문경영인들은 보통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룹 오너들이 업계와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로 공격적 투자에 대한 열의를 보여야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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