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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0 (토)

대우 그룹 해체 18년...흔적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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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18년이라는 시간은 길었다. 한 때 한국 경제를 호령했던 ‘대우’라는 이름도 18년이 흐르며 하나 둘 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67년 김우중과 동년배 청년 몇 명이 모여 만든 대우는 1999년 자산총액 76조원에 달하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가전과 자동차, 중공업, 섬유, 백화점까지 ‘대우’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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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우’의 기세는 좁은 한반도를 넘어 당시로는 생소했던 동남아와 옛 소련 연방국가, 아프리카 등에서도 기세를 떨쳤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찾아온 그룹 유동성 위기, 그리고 그룹 해체, 이후 18년이라는 시간은 이제 ‘대우’라는 이름까지 역사책 속에만 존재하는 아련한 추억으로 만들고 있다. 그룹 해체 후에도 옛 대우 계열사들은 이곳저곳 흩어졌고, 또 다른 그룹에 편입되면서 이제 몇몇 곳에서만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을 뿐이다.

옛 대우 그룹의 지주사 역활을 담당했고, 지금도 ‘대우’라는 브랜드의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대우로 바꿨다. 포스코가 인수한 뒤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대우’라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 한동안 옛 사명을 유지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뒷 순위로 밀리고 만 것이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이 마산에 운영하던 대우백화점도 매각하면서, 이제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동부대우전자도 마찬가지다. 그룹 해체 인후 수 차례 인수전 끝에 2013년 동부그룹으로 편입됐고, 사명에서도 동부가 앞에서 강조됐다. 그나마 국내와 베트남 및 남미 등에서 ‘탱크주의’로 대표되는 옛 대우전자 브랜드 가치가 나름 유효한 까닭에 ‘대우’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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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국내는 물론, 동유럽과 옛 러시아 지역까지 호령했던 ‘저렴하지만 탈만했던’ 대우자동차는 이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미국 GM 인수 후에도 한동안 국내 및 우즈벡 등 제한된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대우 로고와 브랜드명은 이제 ‘쉐보레’라는 미국 브랜드로 100% 교체됐다.

그나마 버스 사업과 트럭 사업을 인수한 중견기업과 인도 회사만이 여전히 ‘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대우 그룹이 한 때 자동차 시장에서도 잘 나갔음을 기억시켜줄 뿐이다.

그룹 해체 후에도 세계 1, 2위를 다투며 ‘대우 그룹 해체’의 안타까움을 상징했던 조선의 위용도, 18년 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힘을 잃고 있다. 채권단 관리 아래서 여전히 ‘대우’를 메인 사명으로 쓰고 있지만, 이제 법정관리까지 각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조선과 함께 대우의 세계경영 신화를 함께 썼던 중공업 회사들도 현대와 두산 등으로 피인수되면서, 이제 이름은 물론 회사 어디서도 ‘대우’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대우종합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로, 항공 사업은 한국항공우주(KAI)로, 철도 제작은 현대로템으로 180도 변신했다. 그나마 금호로 피인수됐다 모 기업의 위기에 다시 주인없는 신세가 된 건설만이 여전히 ‘대우’ 이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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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 마찬가지다. 한 때 국내 증권업계 1위를 달렸던 대우증권은 ‘미래에셋대우’로 이름을 바꿨다. 18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신흥 강자에게 피인수되면서, 사명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린 것이다.

대우 그룹의 카드 계열사였던 다이너스클럽코리아도 2001년 현대자동차로 넘어가면서 이제는 ‘현대카드’라는 국내 굴지 전업 카드사가 됐다.

한편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대우’가 깜짝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프랑스 신생 벤처가 라이센스를 구입, ‘대우’라는 이름으로 청소기와 토스터, 블렌더, 제빵용 반죽기 등을 출품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시 기자들에게 “대우의 라이선스를 구입, 프랑스 백화점 등지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대우라는 브랜드가 유럽에서 매우 유명하고 인기가 많기 때문에 판매 실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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