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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씨게이트 합작·도시바 인수 꼬여만가는 SK '반도체 제국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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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낸드 플래시 양산과 지분 투자 등 투자 나선 하이닉스

문닫은 韓씨게이트에 복잡해진 도시바 인수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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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3D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확대와 기술력 확보를 위한 SK하이닉스(000660) 행보가 엉키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와 합작을 준비 중인 스토리지 전문업체 씨게이트의 한국 지사가 철수하는 데 이어 도시바(東芝) 인수전에도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SK하이닉스 계획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첫 행보는 씨게이트와의 합작 회사 추진이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점유율 1위 업체인 씨게이트와 손잡고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를 대량 양산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이들 양사는 합작으로 SK하이닉스는 스토리지 분야 솔루션 개발 역량을 확보하게 되고 씨게이트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량을 키울 수 있어 각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스토리지 시장이 HDD에서 SSD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던 씨게이트는 중국 공장을 철수한 데 이어 지난 10일 씨게이트 한국지사까지 문을 닫았다.

SK하이닉스는 씨게이트 본사와 JV 설립을 논의 중이라 한국 지사 철수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본사와 협의 중인 사안이라 우리나라 디자인센터를 폐쇄한 건 JV 설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씨게이트가 새로운 합작 회사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이 절반씩 출자해 회사를 새로 만들려면 거액이 들어가야 하는데 출자 규모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합작 회사를 만들려고 검토 중이란 공시를 낸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사항은 없다.

업계 전문가는 “SK하이닉스가 D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통해 다양한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어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지분 인수전은 갈수록 복잡해졌다. 애초 도시바 지분의 19.9%를 인수하려던 SK하이닉스는 인수전 판세가 커지면서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6일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지분에 관심을 보인 SK하이닉스 등 10여개 업체는 도시바로부터 새로운 지분 매각 방식을 제안받았다.

도시바는 원전 사업부문 손실액이 예상보다 커지자 메모리 사업부 지분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예정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업체로 지정된다면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 50%에 해당하는 1조엔(한화 약 10조 690억원)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 이 금액은 SK하이닉스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훨씬 웃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와 중국 등 타국 반도체 업체를 견제하면서 상황은 훨씬 복잡해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지난 18일 정부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을 분사할 때 공적 자금을 투입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기간 사업인 반도체 기술을 중국 등 외국으로 유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SK하이닉스 등 외국 업체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지분을 넘기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중국 업체 등 현금 여력이 큰 업체로 넘어가지 않고 일본에 남아 있다면 SK하이닉스에는 유리한 요소”라며 “앞으로 3D 낸드 시장 위주로 재편될 때 SK하이닉스가 72단 3D 낸드 개발을 성공한다면 굳이 인수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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