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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 독자 개발 … 목표는 ‘한국의 리차드 밀’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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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티타늄 가공해 차별화 승부수”

중앙일보

기계식 명품 시계를 만들어 국내외 시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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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번창했던 국내 시계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고 싶습니다.” 기계식 시계 제조기업 아미 에우제니(AMY EUJENY) 김영덕(48 ) 대표의 각오다. 이 회사는 반도체 설비 제조 전문인 화인의 자회사다. ‘아미 에우제니’는 창립자 부부의 영어 이름에서 따왔다. 2014년 경기도 평택에 시계 제조 시설을 만들었다. 시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동력장치)는 물론 주요 부품을 자체 제작한다.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의 아미 에우제니 매장에서 만난 김영덕 대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스위스·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시계 제조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 대표가 시계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6년 전 아내와 해외 여행 중 시계 매장에 들리면서다. 그곳에서 처음 기계식 시계를 접한 김 대표는 작은 손목시계 하나가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던 그는 스위스 시계 못지않은 제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100년, 200년 가는 회사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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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명품 시계를 만들어 국내외 시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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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서울 종로의 시계 수리 학원에 등록해 시계 구조와 원리, 조립 과정 등을 배웠다. 그 후 여러 회사의 시계를 분해해 역설계를 시작했다. 시계 제조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해외 전시회도 쫓아다녔다. 거기서 얻은 자료를 번역해 부품을 설계하고 가공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아닌 게 아니라 김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기계와 인연을 맺고 있는 전문 엔지니어다. 17년간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며 체득한 정밀가공 노하우와 다양한 신소재를 활용해 제품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현재 청담동 매장에 두 가지 시제품을 전시해놨다”며 “티타늄을 가공해 무브먼트 베이스와 케이스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시계 베젤(시계판 위에 유리를 고정시키는 테두리 부분)에 선박의 타륜(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바퀴 모양의 장치)을 형상화했다. 김 대표는 “인생을 긴 항해라고 봤을 때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현재 출시 예정인 제품은 기존 무브먼트를 역설계해 변형한 것이다.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는 올 겨울쯤 내놓을 예정이다. 또 스위스 시계와 경쟁하기 위해 공방 투어, 시계 제작 체험 등 기계식 시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 규모가 2조3000억원가량인데 국산 시계 비중은 130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리차드 밀’로 거듭나 뺏긴 시장을 되찾겠습니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최정동.오승일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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