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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남과 여…그 닿을 수 없는 ‘비밀’이 쏟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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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슈 유작 ‘스위트 맘보’ 24~27일 서울 공연

경향신문

오는 24일 3년 만에 한국을 찾는 피나 바우슈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스위트 맘보> 공연 장면. 남녀 간의 감정을 비롯한 인간관계 속 비밀스러운 진실을 묻는 작품이다.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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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강렬하게 흔들어온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1940~2009)의 작품이 이달 말 한국에 온다.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장르 ‘탄츠테아터’를 개척하며 20세기 현대무용의 문법을 바꾼 독일의 혁명적인 예술가 바우슈가 타계하기 1년 전 독일 부퍼탈에서 발표해 초연한 유작 <스위트 맘보>다. 바우슈의 무용단인 ‘피나 바우슈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오는 24~2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바우슈는 2009년 암 선고를 받은 지 5일 만에 타계했지만, 바우슈 예술정신의 유산을 잇고 있는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명성과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노력해도 가닿을 수 없는 타인, 거듭 실패하는 관계들, 인생이 가져다 주는 황홀경 등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성을 육체로 구현해낸 바우슈의 예술은 한번 보면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보고 나면 누구나 가슴속 심연이 흔들리는 작품이다. 바우슈의 작품을 접한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강렬하고도 심오한 감정들을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체험의 시간이다. 이 때문에 바우슈 타계 후에도 아시아와 유럽을 비롯한 세계 유수 공연장들에서 바우슈 무용단을 초청하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경향신문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장르 ‘탄츠테아터’를 개척한 피나 바우슈의 생전 모습.


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이 오마주를 표하고 있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생전 친분이 깊었던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프랑스의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 스페인의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이 작품을 통해 바우슈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의 작품에서 춤은 음악과 영상, 사물, 파편화된 드라마와 섞인다. 무용수들은 본능적인 감정의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스스로 물을 끼얹고, 책상을 옮기고, 관객에게 말을 건다. 이번 <스위트 맘보> 역시 인간관계와 남녀관계 속 비밀스러운 감정들을 좇는다. 사람들 사이 소통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바우슈의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표현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춤뿐 아니다. 무대와 의상 역시 바우슈 예술의 중요 요소로 꼽힌다.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무대는 바우슈의 오랜 예술적 파트너인 무대미술가 피터 팝스트가 디자인했다. 무대 위를 채운 하얀 커튼은 깊은 밤 달빛처럼 흐드러지고, 그 위로 독일의 흑백영화 <파란 여우>(1938)가 투사된다. 하얀 커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솔로와 앙상블의 다양한 움직임은 환상과 같은 비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우슈의 주제를 잘 나타내주는 마리온 시토의 심플하고 현대적인 의상도 돋보인다.

2014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된 <스위트 맘보>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별 다섯개 만점을 주며 바우슈 타계 후에도 바우슈 무용단의 예술성이 퇴색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비록 피나 바우슈의 육체는 이곳에 없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바우슈의 지적 정직성과 천부적 재능을 조각하고 있는 부퍼탈 탄츠테아터 무용수들의 눈, 목소리, 가슴속에서.”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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