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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기고]더 빠르고 정확한 수질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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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는 사람이 사용하고 나서 버리는 물이다. 하수는 자연계에서 고농도 오염물질로 작용한다. 하수처리시설은 이러한 물을 모아 깨끗하게 처리한 다음 하천으로 배출한다. 사람의 활동대사 물질인 노폐물, 독소물질 등을 정화하는 인체의 간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경향신문

2015년 여름 행주산성 인근 신곡수중보 상류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물고기가 대량으로 폐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언론은 하류지역 서울시 하수처리시설에서 인 등 오염물질을 처리하지 못하고 방류한 하수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하수처리시설 방류수가 수질기준 이내로 배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질지표를 하수도법에 규정해 관리하고 있음에도 이런 오염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하천 수질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수질오염 수준을 판정하는 지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또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다. 이들은 미생물 또는 화학물질에 의해 소모되는 산소를 간접적으로 측정하여 유기물질을 정량한다. BOD는 측정·분석하는 데 5일이 걸려 현재 수질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COD 망간은 1시간 이내 측정이 가능하나 산화율이 30~60%로 낮아 재현성이 떨어지며, COD 크롬은 유기물질의 90% 정도 측정 가능하나 분석하는 데 3시간 걸리고 수은·크롬이 함유된 실험폐액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BOD와 COD가 안고 있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간 또는 30분 이내 측정이 가능한 총유기탄소(TOC)를 지표항목으로 선정하여 방류수 수질을 관리하는 추세에 있다. TOC는 유기물질을 태워 탄소의 농도를 직접 측정하므로 실제 존재하는 유기물질의 농도를 알 수 있다.

독일, 스웨덴, 미국 등에서는 상관성이 있는 경우 BOD 및 COD와 TOC 간의 비율에 따라 하·폐수처리시설 방류수에서 TOC 기준을 정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유기물질을 측정하는 데 COD를 방류수 수질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어 아직 TOC를 방류수 수질기준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TOC 방류수 수질기준을 도입하면 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하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방류수에서 미생물의 먹이로 작용하는 유기물질의 탄소성분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기존 미생물 또는 화학물질에 의한 산소를 간접 측정하는 것보다 공공수역의 수질에 미치는 영향, 즉 존재하는 유기물질의 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질오염 대책을 수립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계량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환 |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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