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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뷰] 오인용 "우리가 한물갔다고? 원래 갈 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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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강호' 개봉에 "봐주시면 앞으로 15년 자양분될 것"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2000년대 초, 열정 넘치는 다섯 청춘이 뭉쳤다. 다섯 명이라 '오인용'이라 이름 붙였고 이후 한 명이 더 합류했다. 여섯의 오인용은 반지하 방에서 팬티만 입은 채 아침 조, 밤 조로 나눠 마치 '공장 돌리듯' 애니메이션을 찍어냈다.

'연예인지옥', '중년탐정 김정일' 등 B급 신드롬을 일으키며 오늘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웹 애니메이션들은 '우리가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은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불꽃 같은 시절의 결과물이다.

"잘 돼서 100명이 됐다고 백인용 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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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용으로 웹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왼쪽부터) 장석조·정지혁 감독



오늘날, 오인용은 정지혁·장석조 2인 체제로 활동 중이다. 현실적인 이유, 혹은 안타까운 일로 하나둘 오인용의 울타리를 떠났다. 머릿수는 줄었지만, 열정은 그대로다. 여전히 오인용이란 이름을 쓴다. 극장에 이름 한 번 걸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섯 명이 함께 꾸던 꿈을 오인용의 이름으로 이뤄낸 것도 이 둘이다. 극장판 '만담강호'(22일 개봉)로 돌아온 오인용의 정지혁·장석조 감독을 만났다.

만담강호는 13년 전 처음 세상에 태어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씨드락과의 회의를 거쳐 정 감독이 연재를 시작했다. 마지막에 시체가 살아서 움직인다는 결말을 정해놓고 시작한 만담강호는 예고편과 1편만 달랑 업로드된 채 연재가 중단됐다. 정 감독은 "그림을 처음에 너무 어렵게 잡아서 힘들었다"고 했다.

강산이 몇 번은 족히 변했을 시간을 거쳐 지난날의 묵은 기획을 다시 꺼냈다. 웹 애니메이션 플랫폼인 좀바라TV의 요청이었다. 오인용의 전성기에 태어났고, 친구 씨드락의 흔적이 남아있는 만담강호는 오인용 부활의 신호탄이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꿋꿋이 '노(no)'를 외쳤던 정 감독을 설득한 것은 장 감독이었다.

"(정 감독이) 십몇 년 전 기획인데 지금 통하겠느냐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지금도 너무 재밌는 거에요. 연재 초기에는 조금 힘들어했는데 5~6편 정도 연재가 진행되니까 곧 감을 찾더라고요." (장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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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만담강호 포스터. 73분 동안 오인용의 트레이드마크인 B급 드립과 패러디가 쉴새 없이 쏟아진다. 22일 개봉.



만담강호는 정지혁이 쓰고, 장석조가 그리는 형태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한 편에 4~5분, 총 24편이다. 웹 연재본을 엮어 73분으로 편집한 것이 바로 극장판 만담강호다. 극장판 오리지널 작품은 아닌 셈이다. 장 감독은 "한 편에 기승전결이 있는 작품을 장편으로 편집한다고 했을 때 걱정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만담강호는 스크린 첫 작품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 시절'에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이루지 못했던 극장 개봉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우리도 기왕이면 극장용 오리지널 장편 기획을 걸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면서도 "어쨌든 (극장에) 건 것 자체가 저희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관객들이 상영관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정말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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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용 정지혁 감독



"요즘은 오이 냉국이 나온다니까요." 오인용은 추억의 이름이다. 요즘은 오인용을 검색하면 자동완성판에 배우 '오인혜', '오이 냉국'이 먼저 뜬다. '한물갔다'는 말도 섭섭지 않게 듣지만 "우린 원래 물조차 없었다. 우리를 너무 높게 평가해주신 것 아니냐"며 쿨하게 넘기는 이들이다.

전성기에 오인용의 인기는 68만에 달했던 팬카페 회원 수가 말해준다.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인기가 곧 벌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참여했던 프로젝트나 외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을 '파괴의 신'이라고 부를 정도다.

"게임 만 레벨을 찍은 기분이에요. 게임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유명하긴 하지만 돈은 없거든요. 분명히 그들도 집에서는 팬티만 입고 과자 먹으면서 게임을 했을 거란 말이에요. 현실을 보면 인기가 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거죠." (정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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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용 장석조 감독



그 때문일까. 오인용은 더 겸손해졌다. 만담강호를 세상에 내놓은 기대마저 소박했다. 장 감독은 "어릴 시절 오인용을 본 친구들이 그때는 공짜로 봤지만, 지금은 내가 돈을 버니까, 의리로 봐준다는 분들도 있다"며 "이번에 돈 한번 주고 봐주시면 앞으로 우리가 또 다른 15년을 활동하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많은 팬이 기다리는 '연예인지옥'과 '중년탐정 김정일'은 오인용이 살아있는 한 다시 만들 계획이다. 장 감독은 "(연예인지옥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뒤에 스토리가 다 있다"며 "우리가 살아있는 한은 여력이 생기면 서비스 차원에서 완결까지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 감독은 "아저씨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다시 그릴 생각을 하고 있다"며 "마침 북한에 탐정이 바뀌었지 않나. 기념으로 중년탐정이 아닌 젊은탐정으로 작품을 만들면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편집 : 김태호ㆍ전석우 기자)

bal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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