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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박 前대통령 소환조사] 불복도 아니고 사과도 아닌.. ‘8초 29자 메시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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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에 선 朴 전 대통령.. 메시지에 담긴 의미
불복의사.억울함 호소 없어.. 대국민 사과 기대엔 못미쳐
비판여론 고려 뉘앙스 조율
법조계 “檢 자극 피한 수위.. 조사에선 강경 부인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29자에 불과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단 8초 분량이었다.

당초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가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실 것이다.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고 밝힌 터라 파면 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된 첫 대국민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짧디짧은 메시지는 어딘지 모를 아쉬움을 남겼다.

파면 이틀 뒤인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자마자 측근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불복 의사를 암시한 바 있어 자신의 억울함이라도 호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청와대 한 참모는 "대국민 메시지가 있을 것처럼 미리 예고해놨는데 저 정도 짧은 메시지라면 차라리 변호인단 측에서 사전에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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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또 다른 관계자도 "두 문장의 짧은 메시지만 밝힌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박근혜답다'고밖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고집은 아무도 꺾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짧은 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낮은 자세를 보여준 건 검찰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단이 진실을 소명하기보다는 '장외 여론전'으로 지지자 결집을 시도하고 재판부의 공분을 사 종국엔 파면결정에 이르게 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비판여론을 자초하지 않게 상당히 심사숙고해서 코멘트를 뽑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까지의 박 전 대통령 태도를 봤을 때 조사실에서는 강경한 부인 입장으로 나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검찰조사와 관련된 메시지는 크게 '검찰 조사 불복형'과 '대국민 사과형'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양자를 교묘하게 절충한 것으로도 비쳐진다.

피의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나 검찰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 향후 검찰조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피의자 1호를 기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말 미안하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1995년 11월 1일 4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며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했으며 '왜 면목이 없다고 했느냐'는 질문엔 "면목없는 일이죠."(2009년 4월 30일 뇌물수수 혐의)라고 말해 검찰조사에 앞서 먼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의 태도는 정치적"(1995년 12월 2일 내란죄 혐의)이라는 이른바 연희동 골목성명으로 불만을 터트린 후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고향으로 내려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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