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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왜곡되는 고용구조] '노는 아들, 일하는 아버지'.. 고용시장의 씁쓸한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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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지난달 고용시장 조사
"어차피 취직 못해" 그냥 쉬는 청년백수 4년만에 최대
실업률 통계에도 안잡혀
"먹고살기 팍팍해"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386만명
4년만에 100만명 늘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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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용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고령화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 구직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장년층 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계비 마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일용직.시간제 등 고용의 질이 낮은 비정규직이 상당수인 상황이다.

■늘어나는 '취업포기생'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청년층(15∼29세) 중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36만2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만16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2월(38만6000명)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15개월 전인 2015년 11월(6900명)이 마지막이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으나 그냥 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특히 적극적인 구직층으로 분류되는 20∼29세 연령대 중 '쉬었음' 인구는 30만1000명으로 지난해 2월 기준 30만9000명에 이어 2년 연속 30만명대에 머물렀다. 20대 '쉬었음' 인구가 2년 이상 30만명대에 머문 것은 2011∼2013년(2월 기준) 이후 3년 만이다.

15∼19세 '쉬었음' 인구도 6만1000명을 나타냈다. 전년 대비 2만명 늘어나면서 2년 만에 다시 6만명대로 진입했다.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구직활동을 단념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니트족(학업이나 일에 종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은 18%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14.6%)보다 3.4%포인트 높았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 이은 전세계 7위 수준이다.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은 2012년(7.5%)을 기점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9.8%를 찍었다. 청년실업자만 43만5000명에 달했다. 올 2월도 12.3%로 1999년 이후 사상 두 번째에 도달했다. 취업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경험자 비율도 19.3%(2016년 기준)로 역대 최대치였다.

대부분의 정부고용대책이 실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취업포기자들은 사실상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노인구직자 취업시장 몰린다

인구구조 고령화와 맞물려 취업시장으로 유입되는 60대 이상 장년층 비중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달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386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2013년 당시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288만70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불과 4년 만에 100만명 이상의 장년층이 직업을 갖게 된 셈이다. 이에 동 연령대 경제활동참가율도 34.2%에서 38%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60세 이상 취업자(388만4000명)가 20대 취업자(374만6000명)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동안 2%대 저성장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고용지표가 안정적으로 나타난 것은 이 같은 '착시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60세 이상 연령대의 비정규직 비중(2016년 8월 기준)은 68.2%에 달한다. 아르바이트 근무가 상당수인 15~19세 연령층(75.5%)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9세(32.0%), 40~49세(26.1%), 50~59세(34.0%) 등 핵심 연령대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큰 격차를 나타냈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62만6000명→72만1000명)가 비정규직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 중 상당수는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 집중됐다. 직장에서 정년.은퇴한 장년층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 창업 등의 형태로 고용시장에 재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임금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60세 이상 가구주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293만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모든 연령대 중 유일하게 소득이 '뒷걸음질'친 것이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65세 이상 빈곤율은 61.7%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60세 이상 빈곤율도 52.8%로 2012년(52.8%)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한편,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는 "고령층이 최저임금을 받고서라도 고용시장에 많이 나오는 건 그만큼 생활이 팍팍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연구위원은 "향후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유입되면서 구직자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들 연령층에서의 일자리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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