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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뉴스 & 분석] `근로시간 단축` 국회의 無知…中企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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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5명을 채용하고 싶었지만 지원자가 3명뿐이었다. 그나마 뽑은 2명이 모두 1년도 안돼 그만뒀다. 지금도 인력난에 허덕이는데, 근로시간까지 줄이면 사업을 접으란 얘기나 다름없다."(경기도 화성 A금형 대표)

'52시간 이상 노동금지법' 처리를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21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졸속 합의로는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일자리 확대 효과가 거의 없고,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만 늘릴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합의된 내용의 핵심은 △주당 68시간인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300인 이상 기업 2년, 300명 미만 기업은 4년간 처벌을 유예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데는 재계도 공감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은 2015년 9월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되 4년간 주당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했다. 지나치게 긴 근로시간으로 일과 삶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노사정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과거 합의를 무시하고 정치권 주도로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있다. 갑작스러운 시행은 기업에 충격을 주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원론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임금도 줄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이유로 근로자 월급이 깎여버리면 근로 의욕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기업 입장에선 종전처럼 인건비는 그대로 지급하면서 추가로 부족한 인력을 고용해 인건비 부담만 늘어난다. 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인건비 부담만 늘어날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은 악화될 게 뻔하다.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를 서둘러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고용 자체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안산 소재 B제조업체 대표는 "노조가 임금 유지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단축하자고 요구할 텐데 중소기업이 받아들일 여력이 있겠느냐"며 "결국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 외국으로 이전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피해는 대부분 직원 수 300명 미만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2015년 기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 인원은 총 26만6091명이며 이들 고용에 따른 임금 등 직접비용과 교육 등 간접비용은 총 12조3237억원에 달했다. 회사 규모별로 나눠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피해 규모는 전체의 30%(3조6636억원)에 머물렀다. 즉 전체 피해의 70%가 직원 수 299명 이하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가는 구조란 얘기다.

[서찬동 기자 / 문지웅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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