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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부품소재칼럼] 중국 반도체 시장의 거품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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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차이나에 다녀왔다. 세미콘차이나 전시회는 빠른 성장으로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순수 반도체 장비, 재료 분야만 보면 규모 면에서 세미콘코리아와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를 묘하게 현혹시킨다. 그들의 표현대로 '대국'의 스케일을 자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있는 게 사실이다. 10여년 전에도 중국 정부는 10여개 300㎜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실질적으로 투자가 이뤄진 업체는 SMIC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중국 정부가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국인들도 이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부조차 목표치를 과장해서 발표하는 중국의 풍토는 독특하다. 이런 풍토를 알지 못하는 외국인은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중국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처음 일정보다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여개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이 있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10여년 전에 건축공사를 마친 어떤 공장은 아직도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대여섯 차례 이 회사를 방문하면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힘만 뺐고,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것이 거품이다. 이런 사례가 많다.

냉정하게 보자.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세계 반도체의 절반이 소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 폭스콘 등 임가공 수요를 제외하면 그 수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 웨이퍼 투입량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에 공장을 운용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을 제외한 토종 중국 반도체 업체의 웨이퍼 투입량은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아직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다. 지역별로 볼 때 중국의 반도체 장비 투자액 성장률이 높다곤 하지만 중국 내 대규모 투자 의사 결정은 한국(삼성, SK), 대만(TSMC 등), 미국(인텔 등)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어디를 공략해야 할지 답은 나온다.

중국 반도체 투자에 한국이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도 없다. 정부 주도의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액정표시장치(LCD) 투자가 먹혔을지 모르지만 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분야는 기술 장벽이 이보다 훨씬 높다. 중국 반도체 종사자는 팹리스나 후공정 분야에선 자국 기업의 성공을 자신하지만 전공정 분야에선 확신을 못 한다. 현재 중국에서 반도체 전공정 공장을 운용하는 회사는 정부 보조금을 빼면 대부분 적자 상태다. 중국 정부가 자금을 대 줘도 기술, 인력, 후방 생태계 확보 등 장벽이 높다. 성 단위로 각각 공장을 세우고 경쟁하는 구조는 중국 전체 반도체 산업 발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거품을 분명하게 인식한 뒤 기회를 찾아야 한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 대만, 일본, 미국은 반도체 생산의 역사가 오래됐다. 성숙 시장에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신규 공장이 활발하게 들어서는 곳이 중국이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영향으로 반도체 시장에도 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장비, 재료 분야에서 국산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기술 유출에도 주의해야 한다.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5년, 10년을 내다보는 긴 호흡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bruce@surplus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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