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서강대·연세대 등 10곳 현금만 받아
식권 수백 장 묶음 판매, 다 쓰기 어려워
민자기숙사 수입 20%만 실제 관리비로
김씨는 기숙사측에 “신용카드 결제나 2~3회로 분납하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일시불로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김씨는“분납만 가능해도 아르바이트로 충당할 수 있었을 텐데, 고민 끝에 결국 부모님께 부탁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한꺼번에 194장에 이르는 식권을 사야 했던 것도 불만이다. 기숙사 식당은 입주 기간 중 60% 이상의 식권을 미리 사야 이용할 수 있다. 남은 식권은 환불되지 않는다. 김씨는 “밥과 김치, 계란말이에 국 하나 나올 때도 있지만, 미리 낸 돈이 아까워 참고 먹는다”고 말했다. 기숙사측은 “식당 외주업체가 수익 악화를 이유로 이런 방침을 통보해왔다. 수익 보장이 안 되면 철수하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서강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가 곤자가 기숙사의 식사 질 개선을 위해 학생들에게 제보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 ‘곤자가 세끼’에 올라온 아침 식사 사진. 사진 속 식사는 한 끼에 3900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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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기숙사인 안암학사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가 SNS에 올린 식사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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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교육부는 학생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전국 대학에 기숙사비에 대한 카드 납부, 분할 납부가 가능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개 카드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하려해도 제대로 응하지 않은 대학이 많다”고 전했다.
고려대는 “카드 수수료가 생기면 기숙사비를 더 올릴 수 밖에 없다. 차라리 현금을 받고 기숙사비를 유지하는 게 학생 입장에서도 낫다. 하지만 학생 부담을 고려해 현금 분할납부에 대해서는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기숙사 프런티어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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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식권 판매 방식에도 불만이 많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는 최소 100장, 이화여대는 110장, 경희대는 120장을 사야 낱장 판매에 비해 한 끼당 최대 7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본지가 조사한 11개 대학 중 서울대·숭실대(낱장만 판매)와 고려대·연세대(환불 가능)를 제외한 7곳은 식권이 남아도 환불이 불가능하다.
경희대 3학년 임모(22)씨는 “묶음으로 파는 식권 단위가 너무 커서 사실상 남기기 쉬운데도, 기숙사에서 중도 퇴사하는 경우 외엔 환불이 안된다. 사실상 기숙사가 학생들에게 ‘갑질’하고 있다”고 화를 냈다.
특히 대학 부지에 민간자본이 투자해 지은 민자기숙사는 방값마저 비싸 학생들의 원성이 높다. 연세대·건국대·숭실대의 1인실 한달 기숙사비는 각각 62만9000원, 58만5000원, 53만7000원 선이다. 2인 1실로 운영되는 건국대·고려대·서강대 등도 1인당 38만원 안팎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건설비를 댄 업체가 20~30년 운영한 뒤 학교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라, 대부분 수익을 최대한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총학생회 등은 대학에 기숙사 비용 책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대학은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법원 판결에 따라 학교측이 공개한 민자기숙사의 재무제표가 처음 공개됐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채호경 주거담당은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기숙사비의 20% 정도만 기숙사 관리에 사용되고 나머지 금액은 건축 당시 대출금과 이자 상환에 사용되고 있었다. 기숙사 건축에 쓴 비용을 거주 학생이 부담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와 함께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던 참여연대의 심현덕 민생팀 간사는 “학생 주거부담 완화라는 기숙사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대학측이 적극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기숙사 등 학생 복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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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기숙사 G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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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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