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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8년만의 전직 대통령 소환…논평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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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땐

한나라당 “전직 대통령이 법의 심판 받는 마침표 되길”

민주당은 “현 정권 실세도 조사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되자

민주당 “성실하게 수사 임하는 게 마지막 도리”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뇌물수수’ 거듭 언급



한겨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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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불려 다니는 전직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런 사건인 만큼, 검찰은 신중하게, 철저한 증거에 의해 수사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을 신문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곧 국민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나온 이 논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된 21일 나온 게 아니다. 2009년 4월30일, 대검찰청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사에 맞춰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다. 공교롭게도 이 논평을 낸 이는, 지금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순차 공모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있는 조윤선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다.

당시 조윤선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전직 대통령이 불미스런 일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침표가 되기를 염원한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닌, 변호사가 아닌, 자연인 노무현으로서의 진실을 성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염원이었던 ‘마침표’는 찍히지 않았고, 본인이 최측근이 되어 ‘모셨던’ 박 전 대통령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로부터 8년 가까이 지났고, 이번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나온 날에 맞춰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대변인이 이렇게 논평했다. 8년 전과 비슷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인이 얘기한 대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 그게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도리이다. 검찰도 엄정하게 수사를 해서 밝혀주기를 국민이 바라고 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반면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던 정당의 반응은, 정치적 반대편에 있는 쪽과 결이 조금 다르다. ‘안타까움’이 앞서고, 논평에도 ‘가시’가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당적을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어떤 외압이나 외부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국가적 품격과 국민통합을 고려해 조사과정 전후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노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일가를 둘러싼 천문학적 액수의 뇌물수수 의혹을 막지 못한 장본인”이라고 공격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들어 2009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언급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수위나 상황은 다르지만 2009년 당시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도 ‘안타까움’이 묻어있었다. 당시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오늘 수사를 끝으로 모든 진실이 다 규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모든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는 천신일 회장 등 살아 숨 쉬는 권력 실세들에 대한 수사도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당시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경고를 보냈다.

김유정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소환된 이날도 손학규 국민의당 경선 후보의 대변인으로서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외면받아온 검찰이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논평을 냈다. 8년의 시차를 두고,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두 번이나 논평을 낸 대변인이 된 셈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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