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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북한이 국제 인터넷 대회에서 우승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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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으로 구성된 소조

혹독한 과정으로 실력 키워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

KAIST 학생들과 맞먹어

'코드 쉐프' 등 국제대회 1위 차지

미국 구글팀도 꺾어 주목 받아

북한이 오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열리는 국제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ACM-ICPC)의 본선 진출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밝혔다.

대회를 주최하는 세계컴퓨터협회(ACM) 리사 도나후 대변인은 “본선 진출을 위한 북한 예선이 지난해 11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열렸지만 그 결과를 협회 측에 보고하지 않아 북한 대학생의 본선 진출 자격이 상실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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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과학원 공업정보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위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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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77년부터 시작한 이 경시대회에 수년 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태국에서 진행된 대회에서 김일성종합대학과 카이스트(KAIST) 대학생들은 공동 28위를 차지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환경을 고려한다면 북한 대학생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보여준 대회였다.

그 예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2015년 인도에서 진행된 세계적인 인터넷 프로그램 경연인 ‘코드 쉐프(Code Chef)’에서 1등을 차지했다. ‘코드 쉐프’는 240시간 내에 제시된 10개의 문제를 푼 결과의 정확도를 평가해 승부를 겨루는 대회로 세계 프로그래머 대회와 교육, 이벤트를 주최하는 세계적인 프로그램 커뮤니티이다. 본사는 인도 뭄바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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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국제 대학생 프로그램 아시아 경연대회에 참가한 북한 대학생들. [사진=조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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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2013년부터 이 대회에 참석해 여러 차례 1등을 차지했으며 2013년 9월에는 ‘코딩 황제’라는 명성을 가진 미국의 구글팀을 꺾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과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도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학들이 이런 좋은 성과를 내는 비결은 이들 대학마다 ‘정보과학소조’가 있기 때문이다. 소조는 한국으로 치면 동아리로 보면 된다. 정보과학소조는 북한의 최고 영재교육기관인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한 영재들과 국제수학올핌피아드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로 구성된다.

대학들은 젊고 유능한 대학교수를 이 소조의 지도교수로 임명해 국제적인 프로그램경연대회을 준비시킨다. 준비는 고강도로 진행하며 소조원들은 과거 기출문제들을 중심으로 방대한 학습량을 소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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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 창립 70주년을 맞아 열린 전국 대학생프로그램 경연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사진=조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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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안팎으로 구성된 소조원들은 매일 시험을 본다. 그래서 밤샘공부를 밥먹듯이 한다. 이런 강도 높은 과정을 견뎌내지 못하거나 창의적 사고능력이 떨어지면 다른 학생으로 교체된다. ‘정보과학소조’의 지도교수는 대학 당위원회의 특별한 관심 속에서 소조운영 상황을 당위원회에 수시로 보고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는다.

한국과 달리 북한 대학은 오전 8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90분씩 3교시를 오전에 진행하고 오후에는 강의가 없다. 오후는 자습을 하거나 노력동원, 행사 등에 동원된다. 하지만 ‘정보과학소조’의 소조원들은 오전 수업 이후에 일체의 동원이나 행사에서 면제되는 특혜를 누린다. 오직 경연준비에만 매달린다.

국제대회에 참가가 확정되면 소조원은 그 때부터 강의에 빠지고 전문훈련에 들어간다. 훈련 기간에 수업에 빠져도 대학의 보증하에 학점과 학년 진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ACM-ICPC 참가를 위한 예선전을 벌려 서울대와 KAIST가 각각 1위, 1위를 차지해 올해 미국의 본선대회에 참가한다. 북한이 본선대회에 참가했으면 남북한 영재들의 아름다운 ‘지적 대결’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

지난해 7월 홍콩에서 개최한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해 6위를 차지한 북한 수학천재 이정렬이 한국으로 왔다. 이씨는 북한 체제에서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없고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도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 ACM-ICPC에 불참을 결정한 것은 대학생들이 미국 사회를 직접 보고 경험하게 되면 그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더욱 악화되고 있는 북·미 관계의 결과로도 보여진다. 꿈 많은 북한 대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오려나?

김현경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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