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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오세중의 외통수]美·中 사이 표류하는 韓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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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외통수는 외교통일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the300]미중만 바라보지 말고 고차방정식이든 뭐든 '출구전략' 고민해야]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외교 무대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한국 외교당국을 보면서 떠오른 속담이다. 최근 흐름만 보면 딱 들어맞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되는 시점, 한‧중 불협화음을 막을 구원투수로 기대한 게 미국이었다.

애초 우리 외교당국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의 첫 한중일 순방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틸러슨 장관도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은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며 이어질 방중 기간 중 사드 문제를 언급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작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사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사드’ 배치의 타당성을 설명하거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에 유감을 표하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우리 외교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틸러슨 장관의 방한을 두고도 이미 우리 외교당국은 ‘당혹’ ‘당황’을 경험했다. 외교부가 줄곧 주장해온 ‘강력한’ 한미동맹치곤 부족한 게 적잖았기 때문이다. 한미 외교당국은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대신 회담 전 기자회견을 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기자회견도 국내 기자 2명에게만 질문이 허용됐을 뿐이다. 시간도 고작 10분 남짓 할애됐다. 틸러슨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한없이 질문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미 외교장관간 만찬 무산을 두고는 양국간 뒷말만 무성하다. 관례에 따라 외교부가 만찬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틸러슨 장관은 "한국이 만찬에 초청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의사소통의 혼선'을 언급하며 "향후 (미측의) 적절한 설명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낄 뿐이다. 조용한 ‘진실게임’을 치르는 듯 한 양상이다.

만일 미국 트럼프 정부 국무장관의 첫 방한에서 만찬 일정조차 조율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의 신정부와 연결고리가 없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강력한’ 한미동맹 수준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표현한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 대해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규정한 것을 두고서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체 맥락 속 의미 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 자체로 체면을 구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한국을 바라보는 트럼프 정부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국내 정치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적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흐름을 보면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을 넘어서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대내외 여건이 아닌 외교당국의 행보가 낳은 자살골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중국 전승절 참석 후 미국과의 불협화음, 사드 배치 후 중국과의 갈등 등 외교당국은 유연함보다 일방통행의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미‧중 모두와 서먹한 거리가 생긴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상 외교당국이 외교 현안에서 주도권과 방향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스로 ‘고차방정식을 푼다’고 자부해 온 외교부가 모든 문제를 ‘일차방정식’으로 풀려했던 것은 아닌지….

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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